[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도매법인 자비 들여 확충 불구
개설자 시설 사용료 징수 
“한 것도 없이 돈만 받아가나”
부과기준도 명확치 않아 불만 


농산물 도매시장 저온창고의 시설사용료 부과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도매법인들이 자비를 들여 저온창고를 확충하고 있음에도 시설 사용료가 과하게 부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은 농수산물 도매시장·공판장 및 민영도매시장의 시설기준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 인구 수에 따라 경매장을 포함한 필수시설을 정하고 있다. 이 필수시설 중 저온창고에 대해 개설자는 도매법인에게 연간 재산가액의 10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설 사용료를 징수한다. 다만 △도매시장에 매매되기 전에 저온창고에 보관된 출하자 농산물 △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로 거래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저온창고 사용료에 산입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경우에는 저온창고의 시설 사용료가 면제되는 셈이다.

시설 사용료의 면제 조항은 2014년에 신설된 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조항은 농안법을 개정하면서 정가·수의매매를 통한 계획 거래를 확대하자는 취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도매법인에게 저온창고의 시설 사용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저온창고가 필수시설임에도 필요성에 대한 개설자의 인식이 낮아 도매법인들이 자비를 들여 시설을 설치함에도 과도한 시설 사용료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지방의 A도매시장 한 도매법인은 기존에 낡은 저온창고를 철거하고 수억원의 자비를 들여 새로 지었다. 새로 지은 저온창고는 중도매인의 영업 활성화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도매법인의 관계자는 “저온창고가 필수시설임에도 시설이 너무 낙후돼 제 기능을 할 수 없어서 자비를 들여 새로 지었다”며 “개설자로부터 저온창고 시설 사용료 감면을 받고 있다. 정가·수의매매 물량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B도매시장의 한 도매법인도 가설건축물로 허가를 받아 저온창고를 지었다. 기존에 도매시장에 있는 저온창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 도매법인 관계자는 “가설건축물의 허가를 받을 때 소유주가 도매법인인 경우도 있고, 중도매인인 경우도 있다. 이 가설건축물 대부분이 저온창고라고 보면 된다”며 “저온창고가 너무 부족해 도매법인이나 중도매인이 직접 저온창고를 짓는 과정에서 개설자는 사실 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시설 사용료는 그대로 받아 간다”고 말했다.

저온창고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와 같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저온창고에 입고되지 않은 농산물은 품위가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하거나 최종 소비처에서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겨울철에도 추위가 절정에 이를 때는 농산물이 어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도매시장의 필수시설인 저온창고에 대한 개설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도매시장이 농산물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비해 저온창고와 같은 시설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도매시장이)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시설 선진화에 대한 개설자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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