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생산비는 해마다 뛰는데
가격은 20년 전 그대로
평균 경지면적 1.5ha 수준
쌀 농사론 생계 어려워


“산지쌀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쌀값이 19만원대일 때 농가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수확기를 맞아 현장에서 만난 강화·철원·여주·김제·보성·나주 등지의 농민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말이다. 

산지쌀값 조사대상이 신곡으로 전환되면서 맞은 첫 달 10월의 통계청 조사결과 평균 산지 쌀 가격이 20kg 정곡 기준 4만8414원을 나타내자 연일 언론에서는 쌀값 폭등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전례 없이 ‘수확기 정부비축미 방출’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상승세 진화에 나선 상황. 하지만 이 같은 언론과 정부의 행태에 대해 현장농민들과 농민단체는 ‘20년 전 쌀값이 회복한 상황을 두고 폭등 운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실제 쌀 생산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그러느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A씨. A씨의 사례를 통해 1ha(3000평) 쌀 생산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현재 목표가격인 18만8000원이라고 하더라도 1ha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고작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농가의 생산비를 기준으로 1ha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를 분석하면, 모내기와 방제비용, 비료와 수확비용. 기본적인 관리비에 487만5000원가량이 들고, 도정을 할 경우 4800kg 쌀 생산기준 384kg(8% 가량)이 든다.

이를 기준으로 현행 목표가격인 18만8000원을 100% 달성하더라도 농가 수익은 500만원 수준으로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 1.5ha를 감안할 경우 연간 벼농사를 지어서 올릴 수 있는 농가 수익은 7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간 논고정직불금과 쌀변동직불금을 모두 포함해 80kg당 농가가 수취한 가격은 18만8000원의 95%가량이었다.

이를 통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연수입 5800만원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월드컵 축구경기장과 같은 국제규격 축구경기장 15.6배(11.1ha)의 면적에서 자경을 해야 가능한 것이며, 농민단체에서 새로운 목표가격으로 요구하고 있는 24만원이 쌀값으로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9.7배(6.9ha) 면적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된 농산물 저가정책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언제까지 떠받치기만 해야 하느냐?’는 현장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저임금 정책이 추진됐고, 이에 따른 노동자의 생활고 문제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농산물 저가정책이 추진됐는데, 경제발전 후에도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농업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확기를 맞아 현장에서 만난 강화·철원·여주·김제·보성·나주 등지의 농민들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실제 1년 동안 벼농사를 지어서 농가에게 얼마가 떨어지는지 알기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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