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농촌진흥청의 소비자 패널 조사 자료에 의하면 과일 구입액은 최근 3년간 평균 53만5000원으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으나 먹기 편한 감귤, 바나나, 딸기의 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원예농산물은 소득증대나 가격변동에 따른 수요변동이 적어지고, 깎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로 소비가 옮겨가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다양화, 고급화되는 소비자수요에 대응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농업의 특성상 신품종 개발과 기술보급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급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변화에 즉각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업의 경우엔 신상품 출시 초기에 수익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과 마케팅 노력을 들여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농산물은 우수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더라도 해당품종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년 전부터 신품종 시식홍보 및 시장테스트를 실시해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신품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품종 재배 농업인을 대상으로 유통‧마케팅 전문가와 같이 현장컨설팅을 실시하고 여기서 얻은 결과를 개발자에게 전달해 소비자 요구를 자극하고 보다 사랑받은 농산물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품종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균일한 품질을 가진 일정량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출하돼야 한다고 유통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품종 여름사과 ‘썸머킹’은 지속적인 홍보, 시장테스트와 산지조직화를 통해 출하처를 한 곳으로 집중하면서 시장에서 원하는 물량과 가격교섭력을 확보해 기존 여름사과인 ‘쓰가루’를 대체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당도가 높은 미니사과 ‘루비에스’, 배 ‘신고’ 대체 품종으로 개발된 ‘신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 ‘홍주씨들리스’ 등이 시장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앞으로 확대 보급될 품종들이다. 신품종 개발 시에도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요처에 맞는 맞춤형 품종 개발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 일반 소비자는 당도와 외관을 중시하고 씨가 없으며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선호하며 군납 또는 식자재 등 대형수요처는 대량납품이 가능한 품종을 우선시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지역 맞춤형 상품으로 차별화된 신규 산지를 집중 육성하고 신품종을 기반으로 생산 농업인이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유통종사자들은 차별화 전략을 위해 항상 새로운 품종을 찾고 있으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진행하는 신품종 홍보, 시장테스트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한다. 앞으로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지속적인 홍보, 시장테스트 및 마케팅 지원으로 개발자, 생산자, 판매자가 서로 믿고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강화해 신품종의 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박동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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