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넘실·메밀꽃 톡톡…방문객 북적북적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 진영호 학원농장 대표가 고창 청보리밭축제와 메밀꽃잔치를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관농업의 가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학원농장 ‘경관농업의 메카’ 
한 해 80만명 관광객 발길
청보리밭 축제 매출만 10억

유채·해바라기·코스모스도 심어
빼어난 경치에 촬영지로 인기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매년 청보리 축제와 메밀꽃 축제를 개최하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자리잡은 학원농장을 찾았다.

진영호 대표(70)가 운영하는 학원농장은 국내 경관농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봄이면 학원농장을 비롯해 인근 농지 79만2000㎡(24만평)의 광활한 청보리밭에서 녹색물결이 펼쳐진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이기 위해 봄이면 청보리밭축제가 열리는데, 전국에서 약 50만명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여름이면 커다랗고 노란 해바라기가 이곳을 찾은 이를 맞아 준다. 가을에는 조그맣고 하얀 꽃이 탐스러운 메밀꽃잔치로 손님을 맞이하는데 가을잔치에도 2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다. 놀라운 점은 고창군과 청보리밭축제추진위원회, 향토기업 협찬 등 1억여원의 적은 예산으로 23일간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진영호 대표는 “전국에서 지역 축제만 1000개 이상인 걸로 안는데 청보리밭축제처럼 소규모 예산으로 행사를 치르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성공적인 축제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보리와 메밀 농사에서 비롯된 ‘경관’을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지역 축제여서 가능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청보리, 해바라기, 메밀꽃 등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연간 80만 명에 달한다. 이에 고창군은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경관농업특구로 선정됐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지원도 받게 된다.

현재 고창청보리밭 79만2000㎡ 규모에서 얻어지는 보리 매출액은 약 3억원이며, 경관보전지불금은 80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청보리밭 축제장의 관광매출은 10억원을 상회한다. 관광객에 의한 매출이 보리 생산액의 3배를 상회하는 것이다. 더구나 연간 8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고창군을 찾으면서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는 컸고, 미래 기대효과도 엄청나다.

진영호 대표는 “방문객을 경제적 효과로 1인당 5만원으로 계산해도 지역은 연간 4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고 있다”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방문 목적은 청보리축제와 메밀꽃잔치에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관농업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자랑했다.

지역 농민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축제를 개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덕분에 올해 고창군이 신축 화장실 건립 및 학원농장 둘레길 개발 지원에 적극 나섰다. 둘레길 개발은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유모차를 가지고 쉽게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정비하는 사업이다. 내년에 오는 방문객들은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게 됐다.

진영호 대표는 어떻게 경관농업의 대가가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농장을 운영해 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막연히 지인들에게 좋고 멋진 농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여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2년 귀농을 하게 됐다. 직장 생활할 때 경영분야 전문성을 가졌으나 귀농은 쉽지 않았다. 첫해 수박을 재배했다가 실패하고 우열곡절 보리와 콩을 대표작물로 선정했다. 밭을 이모작으로 운영하면서 최대한 농업소득을 얻기 위한 방법을 택했다.

1994년 관광농원으로 지정받고 본격적인 경관농업의 목표를 추진해 나가게 된다. 청보리 시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으나 콩은 아무리 넓은 들판에 재배해도 찾아오는 이가 드물었다. 콩은 경관농업으로서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농업소득을 포기하고 보기 좋은 꽃이나 작물만 키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경관농업에 적합하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작물로 메밀을 선택하고 다년간 시범 재배를 거친 다음 약 42만9000㎡(13만평)의 규모로 재배에 돌입하게 됐다. 여기에 유채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을 접목시켰다. 이로써 경관농업으로 연중 방문객을 맞을 기틀이 마련됐고,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본격적인 관광문화가 사회에 정착하게 되는 시점인 2000년 이후부터 학원농장 청보리밭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생겨난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위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주5일 근무제를 채택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가족단위 여행을 즐기게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는 매년 수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농업경관을 보기 위해 모인다면 축제를 열어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주민들과 청보리밭축제위원회를 꾸리고, 2004년 봄에 제1회 청보리밭축제를 개최한다. 가을에는 첫 메밀꽃잔치까지 열게 되는데 연달아 한마디로 ‘대박’을 치게 된다. 이 축제들은 지금까지 이어져 올해 15회째 축제를 열었다.

진영호 대표는 “공음면 일대는 구릉지로 이뤄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경관작목을 재배하니 시각적인 측면에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경관이 아름답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등의 촬영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 최근에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인 ‘도깨비’에서 두 주인공 남녀가 공간을 이동해 방문하는 메밀밭이 바로 학원농장이다. 덕분에 도깨비를 본 동남아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찾는 관광지가 됐다.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경관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쉽지 않다. 경관농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다 무엇보다 성공하기 위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 대표는 지난해 여름 청보리밭축제와 메밀꽃잔치에서 찾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알리고자 ‘청보리밭 경관농부 진영호’라는 책을 발간했다.

진영호 대표는 “경관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땅을 일구고 사람들이 만족할 만큼 틀을 만드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라며 “우리 농장 규모만 33만㎡(10만평)인데 일반화 될 수는 없겠지만 경관농업의 가치는 무한하며, 공동체를 구성해서 컨텐츠로 도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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