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수익’ 분석해보니

방제비용 등 기본 생산비에
도정료·임차료 추가 부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벌려면
쌀값 80kg 19만원대라도
‘11.1ha’ 규모 농사지어야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A씨. 이 농가가 모내기에서부터 수확까지 드는 농사비용은 얼마일까?  A농가가 밝힌 벼농사 비용은 1ha(3000평)당 487만5000원가량이었다. A농가는 또 벼를 도정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도정비용은 민간의 경우 도정량의 8%가량이라고 했다.

자기 농지에 농사를 지을 경우 구체적으로 모내기 과정에서 모판 키우기(평당 300원)+무논정지 및 비료 살포(평당 300원)+모판 이송 및 이양(평당 170원) 등 총 23만1000원이 든다. 이어 방제비로 물바구미 방제(4만5000원)+초기제초(5만원)+중기제초(13만원)+기본적인 병해충 방제(30만원·평당 50원×2회) 등 총 52만5000원이 든다.

이어 비료비용으로 시비(25만원)+추비(9만원) 등 총 34만원이 들며, 풀 깎기와 물꼬보기 등 연간 관리비(1인당 10만원×5일)에 50만원, 이어 수확기 벼 베기와 건조(평당 400원)에 120만원이 든다. 여기에 도정료는 민간인 경우 도정량의 8%가량이 든다.

이는 1ha당 80kg 기준으로 쌀 60가마가 생산된다고 가정한 것으로 기본적인 생산비는 487만5000원에 도정료 384kg이 되는 셈이다. 실제 농가에 남는 쌀은 4416kg이 된다는 분석이다.

임차농의 경우에는 모내기에서 수확까지 총 487만5000원이 우선 들고, 생산량의 30%를 임차료를 내야한다는 점에서 도정료와 임차료를 포함한 쌀 약 1440kg이 생산비에 포함된다. 실제 임차농이 1ha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 임차농에게 떨어지는 쌀의 양은 2976kg으로 분석됐다.

그럼 산지쌀값에 따른 농가수익은 어떻게 될까? 최근 5년간 수확기(10~1월) 가격이 가장 낮았던 기간은 2016년으로 40kg 평균 3만2427원(80kg 기준 12만9710원)을 나타냈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1ha 당 농가수익은 230만원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임차를 한 경우에는 4만원이 적자다.

농지의 절반이 부재지주의 소유로 임차를 통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경 1ha·임차 1ha를 지었다고 가정하면 2ha 벼 농사에 고작 230만원이 벌어들인 돈이라는 계산이다. 2ha는 정부가 중·대농으로 분류하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벼 재배농가가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연소득인 58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산지쌀값이 19만원(80kg)일 경우라도 자신의 농지에 벼 농사를 지을 경우 국제규격인 월드컵 축구경기장 15.6배(11.1ha)에 달하는 농지에 농사를 지어야 하며, 현재 농민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목표가격 24만원가량으로 산지가격이 지지된다고 하더라도 국제규격 축구장 9.7배(6.9ha)에 달하는 면적에서 벼농사를 지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A씨는 “이건 ‘최소한 이 정도’는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고, 쌀값이 바닥을 쳤던 2016년에는 1ha 농사지여서 고정·변동직불을 뺄 경우 150만원 겨우 남겼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상황이 이런데 그나마 쌀값 하락 분을 보전해서 농가소득을 일부나마 지지하고 있는 쌀 변동직불제를 없애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제서 농사 짓는 박창원 씨
"애들 공부시키려면 쌀 농사 2만평은 지어야"

"고령농, 벼 외 다른 농사 어려워
직불금 탓 쌀 과잉 생산은
농촌 현실 모르고 하는 소리" 

▲ 박창원 씨가 올해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심은 콩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창원 씨(59)는 올해 정부가 추진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콩과 보리를 이모작으로 심으면 ‘수익이 좀 더 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이전 벼를 심어왔던 논에 콩을 심었다.

알이 굵은 대광 품종을 심었지만 파종시기가 장마기와 겹치는 탓에 첫 파종은 실패했다. 파종 후 논에 물이 들이차면서 썩어버린 것이다. 보파를 하면서 싹이 나긴 했지만 이번에는 여름철 폭염이 문제였다. 처음 핀 꽃은 수정이 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 핀 꽃이 수정이 됐지만 수정 후 생육기간이 짧았던 탓에 수확기를 맞은 콩꼬투리 안의 콩알은 잘아졌다.

박창원 씨에게 ‘쌀변동직불금을 지급으로 인해 쌀 생산유인효과가 높아져서 매년 과잉생산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변동직불금을 고정직불금에 통합하려고 한다’는 말을 건넸다. 돌아온 답은 “무슨 소리냐?”는 것.

그는 “다른 작물이 수익만 되고, 지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짓지 말라고 해도 지을 것”이라면서 “쌀 고정직불제와 변동직불제는 농민에 대한 기본적인 소득보전제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0.5ha든 1ha이든 고령농의 경우 벼 이외 다른 농사를 짓기 어렵기 때문에 동네에서 젊은 축의 임작업 도움을 받아 논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라면서 “그리고, 당장 밭작물 농사를 지으려면 일도 많아지고 그만큼 품 싹도 늘어나게 되는데 지금 같은 농산물 가격으로 지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논농사에 대해 그는 “1만평(3.3ha)을 농사지으면 고정직불과 쌀값이 하락할 경우 하락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가 작동했을 때 2000만원 남는다는 건 공식”이라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가족이 먹고 살려면 2만평은 지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국민들은 이정도 규모면 대농 중의 대농이라고 보고 있지 실상이 이런 줄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농사짓다가 빚을 지게 되어서 갚을 길이 없게 되면 결국 농지를 담보로 정부의 경영회생사업을 통해 돈을 빌려서 빚을 갚는 식의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경영회생지원사업에 들어가면 10년간 1년에 1%의 임차료를 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매시점인 10년이 지나서 농지를 되찾지 못하면 국가 소유의 땅이 되는 것인데, 결국 현재 같은 저가 농산물 정책 속에서 농민들은 농사짓다가 빚지고, 농지는 정부에 맡겼다가 뺏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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