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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아이티·필리핀 등 쌀 자급률 하락 후
빈민국 전락·민중 유혈사태 벌어져
국제식량 자본가에 생존 내줄 수 있나


지난 여름 관측 사상 최고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그리고 폭우까지 겪고도 들판은 기어이 황금색의 풍요로움을 잠시라도 우리들에게 선물했다.

4월의 폭설, 그럼에도 올 여름은 정말 더웠다. 314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어떤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160억원이 훨씬 넘는 농작물의 피해도 있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보면 무더위와 연속 가뭄은 고구려가 13회, 백제가 27회, 신라가 59회, 고려 역시 36회 그리고 조선은 99회로 기록되어 있다. 20세기 들어 최악의 가뭄은 1904년과 1973년이다. 1904년에는 엄청난 왕가뭄이라고 할 정도였고, 73년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겨우 91mm로, 평균 강수량 1300mm의 1/10도 되지 않았으니 그때의 폭염과 가뭄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2015년에도 40년만의 최악, 2013년에도 90년만의 최악, 2012년에는 104년만에 최악의 봄 가뭄이었고. 2009년에도 몇 년간 반복되는 가뭄으로 식수마저 고갈되었다. 이렇듯 언제부터인지 기상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항상 일어나는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이변 뒤에 항상 따르는 것이 농산물과 국제 곡물가격 폭등이다. 올해 전 세계적인 폭염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다. 일부 하락한 곡물도 있었지만 국제 농산물의 등락은 우리 농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콩과 옥수수 등 GMO곡물만 하더라도, 이미 쌀 총생산량의 두 배가 훨씬 넘는 1000만톤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그 중 식용은 국내 쌀 생산량의 절반정도인 약 210만톤이나 된다. 2년 8개월을 감추다가 GMO감자도 곧 수입한단다. 2006년 6월~2008년 중반까지 밀·콩·옥수수의 국제 곡물 가격은 2배가 올랐으며 쌀은 3배나 폭등했다. 2012년 미국의 가뭄으로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사상 최고로 폭등했고, 러시아의 수출제한 조치로 아예 수출을 금지한 적도 있다.

이렇듯 기상이변은 늘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하며 식량 자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고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년 쌀값의 작은 변화에도 언론과 소비자의 비판으로 요동친다. 실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는 것을 다들 인정하면서도 쌀에 돈을 퍼준다는 서운한 기사도 가끔 보인다.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는 어린이의 사진으로 안타깝게 했던, 지구상에서 기아 인구가 가장 많은 아이티는 1980년까지 쌀 자급률이 100%였던 나라다. 아이티 헌법에는 ‘농업은 국가의 원천적 부이며 주민의 복지를 위한 최후의 담보’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IMF의 요구로 시장이 개방되고 미국 쌀을 수입하면서 100% 자급하던 쌀을 2007년에는 미국에서 75%나 수입하게 된다. 결국 수입상들의 농간으로 2008년 식품가격이 50%나 상승하여 엄청난 혼란에 빠졌고, 농업 생산 기반과 농촌이 붕괴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된 아이티는 빈민국으로 전락, 2010년 최악의 지진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되었다.

필리핀은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으며, 생산기술 또한 세계 최고로, UN식량농업기구 산하의 연구기관인 ‘국제 쌀 연구소’가 설치될 정도로 쌀의 나라였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를 앞세운 다국적 거대자본과 부패한 정권에 의해 자급률이 하락하고 생산 기반이 줄어들어 결국 2008년 쌀 부족 사태에 직면, 쌀을 요구하는 민중들과 경찰, 군인이 충돌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빈 양철 그릇으로 정부기관 건물의 쇠창살을 두드리며 시위하는, TV속 그 모습은, 마치 빵과 자유를 달라며 시위하던 영화 속 프랑스혁명의 시민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세계 곡물시장의 약 80%는 5대 거대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가장 큰 업체가 전체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 대한민국의 영향력은 그곳엔 전혀 없다. 식량 자급률 25% 남짓, 쌀을 빼고 나면 약 4~5%. 참혹한 살육과 살상의 현장은 상관없이 국제 무기상들에게 무기가 오직 돈벌이 수단이듯 국제식량 자본가들에게 식량은 그저 돈일뿐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쌀을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저 넓은 간척지에 그리고 한 개 군 정도의 면적에서 콩이나 옥수수가 자라는 것을 상상해본다. 국가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점에서 우리나라는 OECD 몇 위인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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