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이진우 기자]

▲ 내년이면 80세가 되는 장경구 씨가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로 90년대 중반에 헐값으로 수용된 터전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서 장 씨는 조부 대에서부터 4대를 살았다고 했다.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로
대토도 어려운 헐값에 땅 수용
농사 계속 지어도 빚만 늘어

농어촌공사 경영회생지원 받아
간신히 빚 청산, 농사 이어왔지만
내년 4월 10년 만기 환매 앞두고 
환매조건 자금 여력 안돼 막막


“문재인 대통령님. 4대가 터를 잡고 살아오던 농지를 되찾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조부 대에서부터 산비탈의 땅을 일구며 4대가 살아온 터전을 되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애타는 사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살고 있는 장경구 씨는 올해 79세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속사 톨게이트 인근에서 부친에 이어 평생 농사를 지어 왔다.

그의 조부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살기 위해 평창까지 올라와 3년만에 현재의 속사 톨게이트에 소재한 산비탈 자갈밭 1만2500평 가량을 샀다. 이후 이곳에 집을 짓고, 장경구 씨의 조부와 부모, 장 씨의 6남매까지 터를 잡고 살았다.

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절, 마을 주민들 간 섰던 연대보증이 부실화되면서 농협의 압류조치에 정부에 민원을 냈다가 경찰서까지 불려가는 일을 겪으면서 조부의 땅을 지켰던 장 씨에게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준 것은 정부였다. 1990년도 중반에 정부가 추진한 영동고속도로 4차선 확장사업으로 1995년부터 새말­월정 구간 확장공사가 진행되면서 장 씨의 집과 농지 등 1만평은 수용이 된 것이다. 현재 수용된 땅에는 속사 톨게이트가 들어서 있다.

문제는 수용된 땅값이 대토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낮았다는 것. 장 씨는 “당시 땅값이 평당 6만원 정도였는데, 보상받은 것은 3만원도 채 되지 못했다”면서 “다른 땅을 구입할 수 있게 값을 쳐주든지 대토를 해달라고 민원을 냈는데, 결국 고등법원에서 ‘감정가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사업으로 삶의 근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난은 여기서 끝 난 게 아니다. 1만2500여평 중 1만평가량이 헐값에 수용되면서 생산기반이 무너지자 이후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장 씨는 “어머니 없이 6남매를 키우면서 다른 사람의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어 왔지만 빚만 늘어났고, 결국은 남은 농지마저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장 씨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농지를 넘기기 전까지 연말이 되면 빚 독촉이 얼마나 오던지 자다가도 ‘돈돈’하며 잠을 잘 수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농어촌공사가 경영회생지원사업을 통해 장 씨에게 남은 2500여평의 땅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09년 4월. 남은 땅을 농어촌공사에 넘기면서 장 씨가 받은 금액은 2억4600여만원 가량이었다. 이 돈으로 그는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농지가 수용된 후 쌓여온 빚을 청산했다. 이후 현재까지 매년 1%의 수수료를 내고 농어촌공사 소유가 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경영회생지원사업을 통해 농어촌공사에 판 땅은 10년 후가 되면 환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어촌공사 소유로 완전히 넘어간다. 내년 4월이면 10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어촌공사의 환매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환매가격으로 ‘환매 시기의 감정평가액’ 또는 ‘농지매입가격에 더해 연 3%의 이자율을 합산한 금액’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산비탈 돌무더기 땅이지만 평창 올림픽 이후 지역 땅값이 많이 오른 상황. 현재의 감정평가액으로는 환매할 여력이 안되고, 연 3%의 이자율을 붙인다 하더라도 이자만 8000만원 넘게 더 내야 할 상황이 된 것. 농어촌공사는 정부가 관리하는 농지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경영회생지원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자금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3%가량의 이자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촌 살리겠다는 대통령과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농민들의 이런 실상을 대통령이 보고‘바꿔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마지막으로 언론에 알리게 됐다”는 그는 “지금 규정대로라면 4대에 걸쳐 터전을 잡고 살아온 땅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나눠서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면서 “현재 구조가 옳다고 한다면 농촌은 회생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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