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우정수 기자]

41%와 70.7%. 우리나라의 소고기와 돼지고기 자급률을 의미하는 숫자다. 우리 국민들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해 온 소고기·돼지고기의 자급률이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50%대였던 소고기 자급률이 지난해에는 40%대를 겨우 턱걸이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40%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돼지고기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2010년까지 80% 수준을 유지하던 돼지고기 자급률은 2015년 70.2%, 2016년 73.7%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지난해는 70%대(70.7%)를 위협 받았다. 업계에선 올해는 자급률이 65%까지 내려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개방, 국내 축산 기반 약화 등의 틈을 타 수입산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우리 축산물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소고기의 경우 이미 수입산에 시장의 주도권을 내 준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축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소고기와 돼지고기 자급률 반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우·양돈 농가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농장 규모화가 생산량을 뒷받침 해 왔지만 점점 축산 농가들의 설 자리 잃게 하는 정부 정책을 보면 앞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중 최근 축산물 생산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가축사육 제한구역 확대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은 주거 밀집 지역이나 상수원 보호구역 등 가축사육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지정한다. 이 같은 가축사육 제한구역은 축산 악취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면서 지자체가 주거 밀집 지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거나 제한구역 범위를 확대해 축산업 자체를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악취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축산 농가 인근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자칫 축산업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민원을 해결하려 하는 지자체와 이를 방관하는 중앙 정부에 있다. 지역 주민과 축산 농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악의적으로 분뇨를 무단 방출하고, 환경 개선을 게을리 하는 농가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얽매여 농장 시설 및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농가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농가들이 축산 선진국과 같은 환경에서 가축을 사육하고 보다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주는 것은 어떨까.

아직은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 과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지만 규제 일변도의 축산 정책이 지속된다면 먼 훗날에는 공급 과잉이 행복한 고민으로 여겨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정수 축산팀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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