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샤인머스켓 효과’ 톡톡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포도, ‘샤인머스켓 효과’ 톡톡
껍질째 먹는 청포도 열풍에
캠벨얼리·거봉까지 ‘시너지’
들쑥날쑥한 크기·명칭 혼돈  
품위 격차 해결해야 인기 지속

복숭아, 높은 당도로 소비 활기
2015년 포도 폐업지원 이후
신규 식재 면적 큰폭 증가
내년 증산 본격화되면 가격 ‘뚝’
알솎기로 좋은 물량만 출하를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포도와 복숭아 출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름 과일은 겨울철 냉해와 여름철 폭염 피해 등 생육 초반기부터 수확기까지 내내 작황 부진에 시달렸지만 시장에서의 소비와 시세는 비교적 양호하게 전개됐다. 다만 샤인머스켓 포도의 매뉴얼 정착 및 복숭아의 과잉 생산 대비 등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와 과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 두 품목의 올해 동향과 내년 과제를 함께 점검해봤다.

▲포도=‘샤인머스켓’의 선전 속에 올 시즌 포도 시세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가락시장에서 8월 캠벨얼리 5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만1736원으로 2017년 1만9267원, 평년 1만4347원을 넘어섰다. 거봉 역시 2kg 상품 기준 9월 평균 도매가격이 1만2233원으로 1만195원이었던 지난해와 8563원이었던 평년 시세를 웃돌았다. 이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녹황생 계열인 샤인머스켓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품종이었던 캠벨얼리와 거봉까지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9월 샤인머스켓 평균 도매가격은 2kg 상품 기준 지난해 1만7812원에서 올해엔 2만497원으로 상승했다.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샤인머스켓의 평년 가격은 아직 없다.

다만 샤인머스켓 출하 물량이 내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이 샤인머스켓에 대한 상당한 과제도 주어졌다. 무엇보다 명칭조차 제대로 통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종자원엔 ‘샤인머스켓’으로 등재돼 있지만 가장 최근 나온 보도자료 및 가격 동향 기준 자료를 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샤인머스켓,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샤인머스캇, 농촌진흥청은 샤인머스캣 등 농업 관련 기관에서도 혼돈돼 사용되고 있다. 언론에서도 각 출처에 따라 샤인머스켓의 명칭이 바뀌고 있고, 아직 샤인머스켓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일관성 없는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농업계에서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는 샤인머스켓 명칭은 재배법이나 거래 표준규격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도 의미하고, 무엇보다 샤인머스켓의 인기 지속을 위한 관련 부처와 기관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올해 시장에선 샤인머스켓 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품위 간 격차가 유독 컸고, 무게나 상품 크기도 들쑥날쑥해 자칫 샤인머스켓이 ‘반짝 인기’로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가락시장의 고길석 중앙청과 이사는 “재배면적이 급감하고 소비도 줄어드는 등 산업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포도가 샤인머스켓 등장으로 점점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는 회복단계까지 올라서고 있다”며 “다만 아직 샤인머스켓에 대한 많은 것이 정립되지 않았다. 가격이 좋아 조기 수확 경향이 있고, 열과가 없다고 했는데 열과도 발생하는 등 품위가 되지 않은 물량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이 정말 샤인머스켓을 비롯해 포도 산업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샤인머스켓으로 재배법을 정립해 산지에 확산시켜나가고 유통 과정에서도 3송이 규격 포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 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숭아=복숭아가 출하되기 직전인 지난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과일관측을 보면 올해 복숭아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3% 증가한 2만1548ha로 추정됐다. 성목면적이 2% 증가한 반면 신규 식재 및 품종 갱신으로 전년보다 유목면적은 4%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복숭아 시장 반입량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겨울철 혹한으로 인한 동해, 봄철 개화기 냉해, 여름철 가뭄으로 인한 생육부진 등 생육 상황이 상당히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장에서의 시세는 비교적 양호하게 전개됐다. 가락시장에서 8월 유모계(천중도백도) 4.5kg 평균 도매가격은 2만6187원으로 1만6462원이었던 지난해와 1만9565원이었던 평년 8월 시세를 넘어섰다. 물량 감소분을 넘어서는 시세 지지로, 이는 반입물량 감소와 더불어 당도가 어느 해보다 좋았기 때문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올해 시세가 비교적 양호했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와 과제의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015년 FTA 폐업지원 품목에 포도가 포함되면서 복숭아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고, 이 물량이 4년이 지난 내년엔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규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올해 날씨로 인해 많은 피해가 있어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해도 (재배면적이 증가해) 시장 반입물량은 지난해 대비 4% 가량밖에 줄어들지 않았다”며 “재배면적이 급증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내년엔 10% 이상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폭락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숭아는 다른 품목보다 알솎기를 잘 하지 않는데 이제는 알솎기가 정말 중요해졌다. 알솎기를 통해 품위 좋은 물량만 시장에 출하되도록 하고, 올해 물량 감소 대비 시세 상승이 컸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당도 유지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단단한 복숭아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연구 개발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