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원사는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해인사의 말사이다. 왼쪽 범종각의 아래 오른쪽에 보이는 봉상루는 절집에 이르는 출입문 위에 조성된 누각으로 ‘봉황이 깃드는 누각’이라는 의미인 듯하다.

신선 산다는 방장산 속 대원사
신라시대 창건 내력만 전해져
낯선 이름 ‘봉상루’에 눈길이…


시월의 하순에 접어드는 날,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계곡으로 가기 위해 밤머리재로 향했다. 지리산동부능선 끝자락인 도토리봉과 웅석봉 사이에 있는 해발고도 620m의 고갯마루이다. 산자락을 구불구불 돌 때마다 햇살에 부서지는 단풍이 눈부시다. 산자락을 물들이는 현란한 빛과 색의 향연에, 애써 외면하던 세월의 흐름에 마음을 싣는다.

이번 이야기의 걸음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의 대원사계곡을 따라 올라, 지리산 동부능선 산자락 아래 있는 윗새재마을 가는 길로 잡았다.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 앞을 들어서면, 짙은 숲이 터널을 이루는 좁고 예쁜 길이 이어진다. 산허리를 따라 구불구불 나있는 길을 약 2km 진행하면, 하늘이 툭 트이면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대원교를 지나며, 곧이어 도로 한가운데 서있는 일주문을 만난다. 일주문 뒤의 온 산자락이 ‘산문’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이 공간에서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일주문의 ‘방장산 대원사’라는 현판은 뜻밖이다. 방장산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으로, 신선이 산다는 삼신상 중의 하나를 의미하는 이름이 아니던가.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인 대원사는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는 내력이 전해지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고, 지금의 전각들은 1959년에 이르러 법일스님에 의해 중창되었다고 한다.

경내를 둘러보다 출입구의 위에 있는 누각의 이름에 눈길이 간다. 절집 당우로는 낯선 이름 봉상루(鳳翔樓)이다, ‘봉황이 깃드는 누각’이라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본다. 신선이 사는 방장산의 절집에 봉황이 깃드는 누각, 그렇게 서로 뜻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원사 앞 계곡과, 계곡 옆으로 난 좁은 도로 주변으로는 어느새 가을이 한창이다. 단풍이 터널을 이루는 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유평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가랑잎 분교‘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던 작은 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산청유평학생야영수련원‘으로 변해있는 곳, 1994년 폐교된 옛 ’삼장초등학교 유평분교’이다. 오래 전부터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즐겨 오르내리는 ‘지리산 로망’의 한 곳이었던 곳이다. 학교의 역사와 함께 했을 나이든 고욤나무를 찾고 싶었지만, 막아놓은 입구를 넘고 싶지 않았다.

유평마을에서 잠시 오르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지리산 동부능선 왕등재 길목에 있는 외곡마을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이제 의젓한 ‘삼거리’라는 안내판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원사계곡 맨 위, 산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윗새재마을은 해발 704m의 고지대로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리는 곳이다. 마을 뒤쪽으로 ‘독바위’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고, 안부를 이루는 고개인 ‘새재’가 지척이다. 이곳에서는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신밭골’과 ‘조개골’이다.

하지만 쑥밭재로 오를 수 있는 조개골은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오래전 이 조개골의 이름을 두고, ‘지리산에 어떻게 조개라는 이름이?’ 라며 궁금해 하던 적이 있었다. 김학수 선생이 쓴 ‘유방장산록’이라는 지리산유람록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옹암(甕巖, 독바위) 아래에 이르러 잠시 쉬었으니 이곳은 조개곡(朝開谷)의 입구이다.’라는 내용이다. 세상에 ‘아침이 열리는 곳’이라니,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겨우 몇 해 전의 일이다.

치밭목대피소로 오르는 신밭골 방향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으니, 지리산 시인 강영환 선배의 ‘지리산에 못든 나에게서’라는 시 한 구절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립다 지리산이, 그립다 말로만 입속에서 지껄이지 말라.’ 

/협동조합 지리산권 마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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