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했던 관행들이 얽히고설켰던 국정감사였다. 지난 10일부터 시작해 막바지에 접어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을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농정 패러다임의 틀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감이었지만, 2017년 과도기적 특성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문재인 농정의 원년을 평가할 수 있는 자리였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쉬움도 컸다. 농업계 반응도 마찬가지다. 한 인사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관행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향해 여야 의원들의 집요한 질의와 추궁은 찾기 어려웠다. 농해수위원장 출신의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해서도 기관장 이상의 예우가 느껴졌다.

여러 정황이 복합돼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10일 농식품부 국감 시작 전에 만난 농식품부 공무원은 “장관께서 국정감사를 무난히 치를 것으로 본다”고 여유를 비췄다. 이날 여당의 한 의원은 오후 국감 시작에 앞서 국감장에 배석한 농식품부 공무원을 향해 “이개호 장관께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잘 모시라”는 얘기까지 하며 이 장관의 편을 들었다. 반면 15일 산림청 국감에 출석한 김재현 산림청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청장님의 소신과 철학은 무엇이냐”는 얘기를 들어야 할 정도로 소위 ‘멘탈’까지 ‘탈탈’ 털렸다.

지역 민원을 챙기는 관행도 변함없어 보였다. 농협중앙회 국감에선 지역 민원을 해결한 부분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의 연임을 주장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감이 예전과 같은 위상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감은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자리이자 농업계의 지역 민심들이 여의도 ‘메인 무대’에 등장하고, 정책 질의와 의제 발굴 등을 통해 농업계에 큰 기여를 해온 순기능을 갖고 있다. ‘재탕’, ‘삼탕’, ‘맹탕’ 국감 등의 지적이 수년째 계속되는 만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국감장에 “농민과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현수막이라도 걸어야 하는 걸까. ‘상시 국감’ 도입 얘기는 10년도 더 됐다. 단기간 내 많은 기관들을 살펴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 2회 분리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농업 인구는 이미 250만명 수준으로 떨어져 전체 국민의 5%도 되지 않는 데다 이번 국감 자료에 따르면 향후 6~7년 후에는 농어촌에 아이 울음이 끊길 것이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만큼 매년 열리는 국감을, 농정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대안 발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물론 여야 의원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정쟁에 갈라서지 않고, 지역 민심에만 갇힌 편협한 시각을 잠시라도 내려놓아야 한다. 농업계의 노력도 따라야 한다. 농업 관련 단체들의 실무자들이 모여 ‘국감TF’를 꾸리는 한이 있더라도 농업계가 요구하는 정책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정치권에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감이 끝난 뒤 객관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로 실시해야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국감을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감 이전과 이후에 각각 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얘기다.

한 농업계 인사는 “예전 국감은 국회와 농업계가 교감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냈는데, 요샌 그렇지 않다. 단순한 지적과 비판, 보고서 제출 등 행정적 절차가 되풀이되고 있다.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다”고 했다. 관행과 허울에 얽힌 국감을 보다 내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고성진 기자 농정팀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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