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에 강수위 상승 불구
배수문 제때 닫지 않아
하천물 역류…농경지 물에 잠겨
논·수박모종·마늘농가 직격탄
재발 방지대책도 미흡 도마위


경남 의령군 정암들의 침수피해를 두고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논란이 거세다. 배수문을 제때 닫지 않아 하천물이 역류하면서 삽시간에 큰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책 마련조차 흐지부지돼 유사한 피해의 반복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 정암들 농민들은 지난 6일 내습했던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인한 침수피해의 아픔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태풍 ‘콩레이’ 내습 시 정암들에는 그다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들판을 순찰한 농민들은 별 피해가 없음에 안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남강댐 방류로 남강물이 빠르게 불어났고, 남강과 합류지점에 있는 의령천의 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암배수문이 제때 닫히지 않으면서 의령천의 물이 정암들로 역류해 삽시간에 큰 침수피해를 안겼다.

정암배수문 인근 논에 심겨진 벼들은 거센 물살에 쓸려 쓰러졌다. 벼논은 퇴수 후에 회복세지만, 수박모종 정식을 끝낸 비닐하우스 5동 약3300㎡(1000평)과 마늘 파종을 끝낸 3농가 1만3200㎡(4000평)의 논의 침수피해로 직격탄을 맞았다.

농경지 침수피해에 대한 신고와 조사가 이뤄진 후 제법 시일이 흘렀으나, 재난복구비 지원은 아직도 불투명한 실정이라 농민들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마늘논의 경우 침수로 인해 거름기가 가신 논에 듬성듬성 초록색 순이 솟아나 있는데, 명백한 실농이 우려됨에도 피해율 산정이 상식선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구나 하천 물 역류로 인한 농경지 침수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암들 남쪽 남강 방향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정암배수장이 있고, 그 배수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북쪽 의령천 방향에는 의령군이 관리하는 정암배수문이 있다.

정암배수장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고용한 시설감시원 2명이 재난우려 시기에 24시간 배수장에 붙어서 수위를 관측해 배수문 개폐를 결정하고, 배수펌프 가동 용량도 조정한다. 반면 정암배수문은 의령읍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순회하며 배수문 개폐시기를 결정한다.

농민들은 “남강댐 방류 소식이 사전에 공지됐고, 정암배수장 지척에 남강수위관측장비가 설치돼 낙동강홍수통제소와 연계돼 10분 단위로 인터넷을 통해 강 수위가 공유됐다”면서 “왜 사전에 정암배수문을 닫지 않아 역류로 인한 침수피해를 야기 시켰느냐?”고 질타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정암들 남쪽 정암배수장의 배수펌프 용량이 넉넉하지 않아 북쪽 정암배수문 개폐 결정은 육안으로 신중히 한다”면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여러 배수문을 순찰했는데, 하필 촘촘하게 방문하지 못한 시기에 하천물이 역류해 침수피해를 낳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읍사무소 직원이 순찰을 돌지 않는 밤중에 강 수위가 올라간다면 배수문 개폐를 누가 어떻게 하는 구조이냐?”면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정암제방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내습 때 덤프트럭으로 토사를 쏟아 부어 범람 및 붕괴 위기를 겨우 넘겼던 제방이다”면서 “뼈저린 반성 없이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우를 계속 범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의령=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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