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의원 등 국회 토론 잇따라

올해 강진 시작, 내년엔 해남 시행
전북도 내년 목표 준비 중
전남 취약계층 ‘기본소득제’ 추진 
이재명 경기지사도 ‘농민수당’ 시사 

농가·농민 명확한 정의부터
정책 대상 범위 정립 등 필요
열악한 재정 속 예산 확보 숙제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조와 열악한 농가 소득 제고 방안, 농정 당국의 쌀 직불제 개편 움직임 등과 맞물리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해 주목을 끌고 있는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입법화 추진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과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선 ‘농민 수당 확산 및 입법 추진을 위한 토론회’와 ‘농민 수당의 올바른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각각 열렸다. 황주홍 민주평화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김종훈 민중당(울산 동구) 의원, 김종회 민주평화당(전북 김제부안) 의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을) 의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의원, 정인화 민주평화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 윤소하 정의당(비례) 의원, 손금주 의원(무소속, 전남 나주화순) 등이 농민단체들과 함께 토론회를 주최했다.

▲추진 현황은=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별로 ‘농민수당’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초 지자체로는 전남 강진군이 지난해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해 올해부터 실시했고, 해남군은 전체 농가에 대한 ‘농민수당제’를 도입해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광역 지자체로는 전북도가 2019년 실시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고, 전남도는 농민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위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가 ‘농민수당’ 도입을 시사하고 현재 여주와 양평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기초 지자체 20~30곳에서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 논의 중에 있다. 광역 단체 역시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논의가 적극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전남 강진군의 경우 2017년 농가단위 농민수당 도입을 결정하고 올해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강진군은 2017년 12월 전면적인 조례 개정을 통해 2017년 지급됐던 벼 재배 경영안정자금 38억원과 별도로 추가 재원으로 마련한 50억원을 관내 7100농가에 재배 면적과 재배 작물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연간 70만원씩 경영안정자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과제는=초기 단계인 만큼 개념 정립과 관련한 논의들이 현실적으로 앞줄에 놓여 있다. 농민 기본소득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용어의 정의 문제 등은 정책 대상 범위를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한 측면과 맞닿아 있어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의 여건을 보면 법제화가 필수적인데,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7일 토론회에서 제도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 대한 기본적 권리 보장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등으로 소개하며, “최근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민수당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측면이 강하다”면서 “더 나은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선 농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 목적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가와 농민에 대한 개념 정립과 관리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개별 농민 단위 농민수당제를 시행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농가는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농민 개별에 관한 사항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개별 농민에 대한 사항까지 포함한다면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토론회에서 “현재 조례에서의 농가당 지급에 대해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것에 별 문제는 없다. 이름은 ‘농민수당’이지만 정의규정에서 ‘농민수당’을 농가당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고 정하면 단어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법에서도 농가당 지급을 원칙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 여성농민 우대 등은 철저한 부부별산제가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에 농가당 지급과 농민당 지급의 의미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확보 문제도 입법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중앙정부 예산 확대를 위한 농민 기본소득제 실현은 갈수록 비중이 줄고 있는 농업예산 여건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은 “전국 기준으로 모든 농민들에게 월 20만원씩 농민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면 소요되는 예산은 약 5조원 정도인데, 매년 낮아지고 있는 농업예산 비중을 보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을 보더라도 농업 분야 예산은 2020년부터 감소될 계획을 정부가 갖고 있다. 농업농촌 예산이 국가예산 대비 5% 비중으로 증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농민수당제 논의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는 부분이 예산 확보의 문제”라면서 “하지만 예산은 농업직불금의 재조정, 불필요한 사업성 예산 축소, 토건사업비 절감, 무역이득공유제 등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관건은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15일 토론회를 주최한 황주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하는 현실에서, 농민수당이 농민의 기본급여로 인정받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도입보다는 국가 차원에서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제도화와 입법화를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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