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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소비 활성화 취지 공감하지만···내년부터 적용은 시기상조”거래규격 10kg으로·지레렐린 처리 금지…배 시책 앞둔 산지 표정은
   
▲ 현재 배 산지에선 수확을 마치고 저장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2년 내 연속으로 추진될 배 시책과 관련한 여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15일 천안의 이팜스농장에서 배가 선별, 저장되고 있는 모습.

▶표준규격 15→10kg 전환
1단 적재로 ‘품위 유지’ 기대
포장업계까지 난좌교체 숙제
15kg 상자 재고 소진 선결과제

▶지베렐린 처리 금지
신품종 정착이 성패 좌우
최근에 소식 접한 농가도 많아
부진한 홍보·교육 문제 제기


2019년 ‘15kg에서 10kg으로 배 거래 표준규격 전환’, 2020년 ‘배 지베렐린 처리 금지’ 등 배와 관련한 정부의 주요 시책이 2년 내 추진된다. 정부는 이 두 시책을 통해 침체돼 있던 배 소비와 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산지에서도 관련 시책의 취지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반면 각 사안별로는 부정적으로 보거나 선결 과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시선 중에도 시기와 관련해선 물음표를 붙이는 이들이 많다. 지난 17일 배 수확을 막 끝내고 선별·저장 작업이 한창인 충남 천안 배 산지를 찾아, 조만간 추진될 배 시책과 관련된 산지 반응과 과제 등을 살펴봤다.

▲취지는 공감하지만=이날 산지에서 만난 배 재배 농가와 단체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정부 시책 취지에 공감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배연합회나 관련 농협에선 시책 변화에 맞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었다.

김선균 천안배원예농협 과장은 “10kg도 가벼운 건 아니지만 직판을 나가보면 15kg 포장은 부담스러워한다. 또한 10kg는 1단으로 적재되기에 유통 과정에서 품위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10kg으로 포장규격을 전환하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배 지베렐린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기 수확할 수 있는 신품종을 현재 홍보하고 있고, 농가에 묘목도 공급할 계획”이라며 “지베렐린 처리를 하는 이유가 이른 추석에 맞춰 출하를 당기기 때문이기에 조생종 신품종 공급에 주력하고 있고, 각 시기별 출하가 정착되면 배 산지에서 인력을 구하는 데도 지금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안 직산읍에서 10ha 규모의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희필 이팜스농장 대표는 “45년 넘게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데 소포장으로 가는 것은 가정 소비 변화에 맞추고 판로도 넓히는 등 배 산업의 방향성만을 놓고 볼 때는 옳은 방향인 것 같다”며 “지베렐린 처리 금지와 관련해선 신품종과 어울려 정책이 자리 잡는다는 전제만 있다면 배 종류가 다양해지고 적기 출하도 가능해 배 소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과제도 많아=취지에 공감한다는 이들조차도 2019년과 2020년 시행에 대해선 ‘조급하고, 이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희필 대표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 해도 시기는 너무 조급한 면이 있다”며 “지베렐린 처리 금지는 신품종 정착과 맞물려 가야 하는데 이제야 신품종 보급이 산지에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kg 포장규격 전환과 관련해서도 그는 “아직 농가 중엔 10kg 전환을 알지 못하는 농가도 있고, 최근에서야 그 소식을 접한 농가도 많다”며 “과연 1년 내 15kg 상자가 다 소진될지 의문이고, 포장업계에서도 난좌까지 교체해야 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산지에서 만난 배 농가와 단체 관계자들은 여러 문제와 과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배 단체의 한 관계자는 “두 시책 모두 농가 홍보와 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부터 돌아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모르는 농가가 아직도 많다”며 “이제 저장이 마무리되면 농한기인데 교육이나 홍보 일정은 잡혔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배 지베렐린 처리 금지와 관련해선 여러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천안의 한 배 농가는 “신품종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하되기까지는 3~4년 이상 걸리는 데 이 기간이라도 소득 보전을 해줘야 한다. 신품종 묘목 지원, 신품종 소비자 홍보 등 선행돼야 할 과제도 많다”며 “배 산업이 위축돼 나중에 폐업지원금으로 쓰이는 것보다 이런 쪽에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0kg으로의 포장규격 전환과 관련해선 ‘15kg 상자 재고 소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다른 배 농가는 “15kg 한 박스에 2000원 넘게 구매했는데 이를 팔면 100원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새 포장재 모델이나 디자인 교체 등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10kg 전환에 앞서 이런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 관련 주요 현안 사업이 의무자조금 단체인 한국배연합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 두 시책만큼은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들렸다.

배 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홍보와 교육을 진행하기엔 한계도 있다”며 “적어도 이 두 시책은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홍보도 벌여야 하는데 (의무자조금 취지는 공감하지만) 1~2년밖에 남지 않았고 산지에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한 시책을 너무 배연합회에만 맡겨 놓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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