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

농업경영주체를 대부분 남성으로 간주
여성농업인 정보 수준 격차 초래
합리적 의사결정 저해·농업 유지 발목


10월 15일은 쌀의 날이자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FAO는 쌀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식하고자 매년 10월 15일을 쌀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특히 쌀로 대표되는 식량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여성의 역할을 특별히 기억하도록 하여왔다. 쌀은 우리가 매일 먹고 에너지를 제공하는 식품의 대명사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여름, 논밭을 오가는 농업인의 마음도 작물처럼 타들어갔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농산물을 살 때는 그 생산자가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생산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담당한다.

이러한 인식을 공감하도록 기여해온 몇몇 나라의 여성농업인단체들의 노력으로,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이 날(10월 15일)을 ‘세계여성농업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Rural Women)’로 정하게 되었다. 아울러 매년 시대상황에 맞게 주제를 선정하고 있는데, 마땅히 여성농업인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 또는 필요한 역할에 대하여 세계 각 국가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좀 더 강조하여야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기념회가 올해 선포한 주제는 ‘(농업분야)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여성농업인의 접근환경 조성과 요구반영(Women’s access to ICTs for Agriculture and reflections)’이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시대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굳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여성은 남성보다 휴대전화를 소유할 확률이 14% 낮고, 여성과 소녀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이 25% 낮다고 한다(FAO에서 재인용, 2018). 우리는 어떤가? 들여다보자.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교육 기회를 100으로 했을 때 여성이 농업교육에 참여할 기회는 약 40%, 지도요원 등 기술전문가를 접촉하는 기회는 약 15%, 회의에 참석하는 등 농업관련 정책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회는 약 26%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활동에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남성은 작목반에서 다른 농업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지도기관, 연구기관에 문의하고 도움을 청하거나 본인 스스로 연구하는 등 다양한 해결방법을 동원하는 반면에 여성농업인 대다수는 배우자인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은 2018년 올해 부부교육에 참여한 대다수 농가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FAO의 보고에 따르면 농촌 여성이나 여성 농업인은 종종 관련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데 이는 단순히 농업기술 정보가 아니라 농업의 관행, 공정 및 시장 등의 이유로 농업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농업의 관행이란 농업경영의 주체를 남성경영주로 간주하거나 세대주인 남성이 농업경영의 주체로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거나, 농업인 네트워크는 남성이 농가의 대표로 참여하면 된다와 같은 전제를 포함한다. 단순하게 보이는 이 정보수준의 격차는 농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농가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예들 들어 남편에게 유고가 생긴 농가에서는 부인이 작목반 같은 농업인 조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따라서 농업기술과 정보의 적절한 입수가 지연될 수 있다. 그러면 정보의 격차가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은 차지하고라도 농업 경영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워진다. 이는 건강한 농가 경영체 육성을 위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스마트 농업으로 농업기술의 획기적 변화 시기에 국제기구가 ICT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과 활용환경 조성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ICT는 컴퓨터와 통신기술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의 포괄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정보화 전략수립, 정보관리, 정보화 환경조성, 시스템 공학, 통신, 시스템 구축, 시스템 구현, 시스템 평가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여성농업인이 올바른 정보를 통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이익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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