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급 과일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최근 한 마트에서 B급(못난이) 사과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기상이변에 많아진 ‘B급 과일’
유통업계 홍보·대대적 판촉전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한몫

낙과·우박 등 피해 농가 판로 확보
폐기 비용도 해결…"활성화 돼야"

"내성 생긴 과일 못생겨도 맛 좋아 
소비자, 정상품 제값주고 사겠나"
소비·가격 지지 등 악영향 우려도


최근 들어 낙과나 우박 맞은 과일 등 이른바 B급(못난이) 과일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B급 과일을 보는 과일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 농가 판로 확보와 소득 보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싸고 맛있는 B급 과일 판매가 증가하면서 정상품 과일 소비와 시세 지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늘어나는 B급 과일 판매=과일업계에 따르면 B급 과일 판매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우박 피해와 올해 봄철 저온, 여름철 폭염 피해 등 근래 이상기후가 빈번하면서 B급 과일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유통업계에선 ‘농가도 돕고’,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세우며 B급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는 추석을 앞둔 지난달 중순 B급 상품의 소비 촉진을 위해 B급 사과, 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농협유통도 폭염이 한창이었던 8월 생육이 부진하지만 신선도와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과일·채소로 구성된 농산물 특판전을 열었다. 이외에도 B급 과일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생겨나고 있는 등 B급 과일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속엔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B급 과일이라도 모양을 제외하곤 맛이나 당도에선 큰 문제가 없고 가격은 저렴하기에 부담 없이 B급 과일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착즙 주스 등 과일을 갈아먹는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B급 과일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해 농가 판로 확보에 도움=B급 과일 판매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많다. 이들은 B급 과일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의 취지처럼 B급 과일 판매는 낙과나 우박 피해를 입은 과일 농가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이 되지 않는 B급 과일은 폐기를 해야 하고 폐기 비용까지 농가가 감내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농가가 이중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과일업계 관계자는 “B급 과일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때는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모두 다 폐기를 해야 했다. 저렴한 가격이라도 B급 과일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피해 입은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B급 과일 판매는 당연히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품 소비와 가격 지지에 악영향=B급 과일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B급 과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일업계 관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우박을 맞은 과일의 경우 내성이 강해 당도가 더 높은 경우가 많은 반면 가격은 낮아, 이를 소비한 소비자들이 굳이 정상품 과일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정상품 과일 시세와 소비 지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해 사과 시세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실례로 사과에 대한 우박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 1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과일월보에선 사과의 11월 후지 도매가격이 2016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박 피해 등에 따른 후지 생산량 감소로 2017년 11월 후지 출하량이 2016년 11월보다 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11월 후지 평균 도매가격은 그 전년 11월보다 4%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 사과 가격이 하락한 모든 이유가 B급 사과가 될 순 없겠지만 주 요인으로 B급 사과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과일업계 관계자는 “내성이 생긴 과일은 모양은 못하지만 과육이 단단해지면서 맛은 더 좋을 수 있다. 가격은 싸고 맛은 좋은 과일을 먹어본 소비자들이 굳이 정상품 가격을 제값주고 사겠느냐”며 “지난해 사과 가격이 예상과 달리 낮게 형성된 것도 B급 사과 영향이 컸고,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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