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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콩레이’ 부산 관통···피해 농가 시름
   
▲ 거센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관통하면서 대저토마토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신병식 한농연부산광역시연합회장이 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장과 엿가락처럼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바라보고 있다.

대저토마토농장 쑥대밭
풍수해보험 복구비 지원 의문
재정식시기 놓칠까 좌불안석

반복되는 재해, 대책은 제자리
피해 신고기간 늘리고
방제·재파종 비용 지원 목청


태풍 ‘콩레이(KONG-REY)’가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며 지난 5~6일 우리나라를 관통해 농작물 및 농업시설물에 큰 피해를 안겼다. 제주와 부산, 경남, 경북 지역을 지난 태풍의 위력은 들녘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지난 8일 찾은 부산 광역시 강서구 대저들판.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한 농민이 깊은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 이 지역 특산물인 이른바 ‘짭짤이 대저토마토’를 생산해온 농업경영인 신병식(64) 씨다. 

신 씨는 지난 6일 오전 부산을 관통한 태풍 ‘콩레이’의 위력을 전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거센 비바람에 집밖을 나오지 못하다가 잠시 잦아진 틈을 타서 겨우 농장으로 향했는데, 비닐하우스가 들려올라와 작은 구름이 춤을 추듯 일렁이고 있었다고 한다. 설마 내 농장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으나, 이내 손쓸 수 없는 절망을 확인하게 됐던 것이다. 

신 씨의 온실은 튼튼하게 지어진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다. 그러나 폭우로 급격히 불어난 물이 폭3m의 농수로를 넘어 들판을 폭풍우와 함께 덮치면서 온실을 지탱하던 파이프가 뿌리째 흔들렸고, 폭풍이 들고 일어나면서 삽시간에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렸다.

토마토 정식을 위해 정성스레 모든 작업을 마쳐놨는데, 하루 전날 불어 닥친 태풍으로 인해 농장은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그나마 풍수해보험을 넣어놓긴 했지만, 한 동만 완파되고 나머지 동은 어중간한 피해를 입어 과연 실제 피해만큼 복구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실태조사와 철거작업을 거치려면 여러 날이 소요되는데, 토마토 재정식 적기를 놓치지는 않을지 근심이 깊다.

신 씨는 “서낙동강 지류 평강천의 배수가 불량해지고, 인접 신규 개발지에 무분별한 성토작업이 이뤄지면서 낙동강변 강서구 대저들판이 풍수해에 매우 취약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농연부산광역시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신 씨는 “농지가 김해공항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지가도 떨어져 농사밖에 지을 수 없는 처지다”라면서 “농수로 배수불량 문제라도 조속히 해법을 찾아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7일 신 씨의 농장을 찾은 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장은 “지구온난화 영향인 듯 농작물 피해가 큰 10월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태풍이 농민들의 희망을 앗아가지는 않도록 풍수해보험이나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 강화와 재해방지책 정비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제25호 태풍 ‘콩레이’로 인해 부산광역시에는 비닐하우스 260동과 창고 2동의 농업시설이 파손되고, 29ha의 농경지가 침수 또는 도복 피해를 입은 것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에서도 14개 시·군에서 농작물 침관수 939ha, 농경지 매몰 0.2ha, 시설하우스 파손 1ha(14동), 돼지 350마리와 양봉 523군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태풍의 중심권에 들진 않았지만, 경북 내륙 지역에서도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경북도 내 18개 시군에서 총 1574.8ha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인삼재배시설 3.0ha(영주), 축사 1개소 반파(구미) 등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전남에서도 1170ha에서 벼 쓰러짐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가축 8800여 마리가 폐사했으며, 과수원 28ha에서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7일 현재 잠정 집계됐다. 여기에 전남 완도 보길면에선 해상 전복양식 가두리시설 총 15만9319칸의 시설과 생물피해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태풍으로 각 지자체와 유관 기관에서는 태풍 피해 농가에 우선적으로 농촌일손돕기를 추진하는 등 적기에 피해 복구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농가들은 해마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반복됨에도 농가 의견이 반영된 피해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이번 태풍은 2년 전 10월 초 남부권을 관통했던 태풍 차바와 시기, 위력 등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에 현장에선 당시 요구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던 것들이 이번엔 실행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무와 배추 등 주요 월동채소는 침수, 바람 피해 등으로 생육에 큰 지장을 입거나 재파종까지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과일류도 수확을 앞두고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일류의 낙과 피해가 상당했다. 

2년 전 산지에선 1차 피해를 넘어 ‘인재’라고 표현될 정도로 농가가 요구했던 제도개선 등의 현안들이 실행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었다. 태풍이 지난 뒤 ‘사후약방문’식의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 당시 산지에선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 신고 기간이 열흘 남짓 밖에 되지 않아 복구하기에도 시간이 짧다고 기간 연장을 요구했었다.

또 수확기 수확량에 따라 산지 폐기나 비축 비용을 마련하는 것보다 방제나 재파종 비용 지원 등의 현실적이면서도 선제적 수급대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과일 산지에서도 가공용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제주의 한 월동채소 농가는 “당장 신고보다는 피해 복구가 먼저고, 무나 감자, 당근 등 땅 밑에서 자라는 것들은 지금은 피해가 안 보여도 추후에 피해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신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나중에 물량이 줄어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데 비용을 쓰기보단 지속적인 태풍 피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룡·김경욱·박두경·김관태 기자 kuj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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