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파를 트럭에서 싣고 온 출하주가 하차거래 시행으로 직접 팰릿에 일일이 대파를 싣고 있다.

경매장 주변서 비닐 재포장
“물류 효율화 도모 의문” 목청
여건 안돼 출하 자체가 어렵고
인건비·포장비 증가 막막
비닐포장은 물기 많아 쉽게 물러
상품성 하락 걱정에 한숨


“보통 하루에 2만단을 넘게 출하를 했는데, 오늘(10월 1일)은 하차거래로 1대도 출하를 하지 못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할 인부도 없고, 일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는데 어떻게 옵니까. 40년 넘게 대파 유통을 해 왔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 봅니다.”

전국대파유통인연합회 소속 회원 김모 씨의 목소리가 격양돼 있다. 대파 하차거래를 두고 목소리가 격양된 사람은 김 씨 뿐만이 아니다. 옆에 있던 대파유통인연합회 소속 김모 씨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지금 경매장 주변 곳곳에서 비닐로 재포장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물류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냐”며 서울시공사의 대파 하차거래의 명분 없음을 주장했다.

실제로 가락시장 대파 하차거래 경매장 주변에선 트럭에 대파를 싣고 와 팰릿에 옮겨 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남 아산에서 왔다는 출하주 안모 씨는 트럭에 쌓아 온 대파를 인부 한 명과 함께 일일이 팰릿에 쌓고 있었다. 그는 “(팰릿에 쌓으려면) 지게차가 있어요, 지게차가 있다 한들 밭에 들어갈 수가 있나요. 근데 어쩌겠어요. 위에서 하라니까 해야죠”라고 말했다. 팰릿 비용이 지원되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지원하는 것은 모르겠다. 지원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직접 대파를 하차하는 모습 외에 트럭 위에서 팰릿에 박스를 다시 옮기는 작업도 볼 수 있었다. 이는 5톤 트럭에서 지게차로 하차를 하기 위해 팰릿 위에 박스를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다.
포천에서 온 출하주 백모 씨는 “지금 상황이 이렇다. 하차거래를 하면서 인건비나 포장비 등은 추가로 드는데 과연 상품성이 있어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이 대파냐”며 자신이 출하한 대파 포장을 뜯으며 화를 내기도 했다.

농가들과 출하주들은 하차거래 시행으로 대파의 상품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차거래를 위해 망으로 포장한 대파를 비닐로 묶으면서 대파가 숨을 쉴 수 없어 상품성에 큰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에는 물기가 많아 쉽게 물러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대파 크기에 맞지 않는 박스 포장이며, 팰릿 크기 등 이번 대파 하차거래는 물류효율화를 명목으로 출하주에만 부담을 지우는 제도라는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강원도 진부의 김모 씨는 “비닐로 꽁꽁 싼 상태로 3시간이면 무르기 시작한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에 오는 시간과 경매 시간까지 다 합하면 이미 대파가 망가진다”며 “과연 이 제도가 산지를 위한 제도냐”고 반발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려는 목적은 아니지만 이날 가락시장엔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출하 농민들 30명도 현장을 찾았다. 하차거래의 첫날 표정을 본 김대현 임자농협 조합장은 “제도가 바뀐다고 해 출하를 앞두고 확인 차 조합원들과 함께 왔다”며 “박스나 비닐로 출하하고 팰릿에 담으면 단으로 묶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는데 단 포장도 해야 되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라고 말했다.

서울 가락시장 대파 하차거래가 시행된 10월 1일 대파 거래물량이 가장 많은 대아청과의 반입량은 100톤에 불과했다. 이 영향으로 1kg 단 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4054원이 나왔다. 최근 가격이 2600원선에서 형성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이 가격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대아청과 반입물량 기준으로 3일 155톤, 4일 125톤으로 반입량이 조금 늘면서 가격은 3일 2383원, 4일 2514원에 형성됐다.

김기영 대아청과 상무는 “(10월 1일 반입된 대파를) 비싸게 사면서 재고가 남아 가격이 떨어졌다. 재고가 누적되면서 지금까지 가격이 이어지고 있고, 그 영향에 지방 도매시장으로 분산이 제법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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