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서 시장 평가회

▲ 최근 가락시장에선 품종이 독과점화된 배·단감·감자 품목에 대한 신품종 평가회가 잇달아 개최됐다. 사진은 감자 신품종 평가회에서 시장 유통인들이 신품종 감자를 시식하고 있는 모습.

‘슈퍼골드·그린시스·기후일호’
일상 소비용 배 3종 긍정 평가
단감 ‘원미’는 저장기간이 관건 

‘대광·오륜·풍농’ 감자도 선봬
향 제거·맛 향상 등 과제로


특정 품종으로 편중된 배와 단감, 감자 시장을 신품종을 통해 다각화해 해당 산업을 살리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개천절 휴일(3일)을 전후해 지난 2일과 4일 가락시장에선 배와 단감, 감자 신품종에 대한 시장 평가회가 진행됐다. 2일 동화청과에서 진행된 감자 평가회는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와 국립식량과학원, 강원도농업기술원이, 4일 중앙청과에서 열린 배·단감 신품종 평가회는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주최했고, 양 행사 모두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가 후원했다. 이번 평가회에선 모두 7개의 신품종이 선보이며, 시장 가능성을 타진함과 동시에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도모했다.

▲배·단감 신품종 평가=배·단감 평가회에선 신품종을 통한 품종 다변화와 소비촉진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보일지 기대가 모아졌다.

원예원은 4일 국내 육성 신품종인 배 ‘슈퍼골드’, ‘그린시스’, ‘기후일호’ 3개 품종과 단감 ‘원미’ 1개 품종을 선보였다. 배는 3개 품종 모두 일상 소비용 품종으로 슈퍼골드는 9월 상순이 성숙기로, 당산이 조화돼 식미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그린시스는 검은별무늬병에 저항성이 있으며, 서양배와 친숙한 과피 색으로 수출용으로 적합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그린시스는 상온에서 50일이 지나도 물러지거나 과육의 부서짐이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기후일호는 9월 상순이 성숙기로 상온에서 30일 이상 저장이 가능하며, 과형이 균일한 게 장점이다. 다만 과피 표면에 동록(과피에 철이 녹 쓴 것처럼 생기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3개 품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품종인 데다가 일부 품종에서는 단점도 개선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품종에 대한 희소성이 가미될 경우 가격과 판매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갑석 중앙청과 부장은 “지난해보다 과피가 좋아졌고, 맛과 식감 모두 괜찮다. 농가가 출하할 때 과형에 중점을 조금 더 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형선 찬솔농산 대표 역시 “2개 품종을 구매해 판매를 해 봤는데 청량감이나 식감이 좋아서 재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슈퍼골드의 경우 올해는 동록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상혁 서울청과 부장은 “3개 품종의 소비층을 잘 겨냥하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전체 생산면적과 재생산 가격을 잘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을 것”이라며 재미있는 상품이 될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

부유 품종의 재배가 80%를 넘는 단감도 신품종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평가회에서 선보인 원미는 전남 영암 지역을 기준으로 10월 8일이 숙기다. 당도가 15브릭스로 식미가 우수하고, 생리장해 발생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원미에 대해서도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식감이 다소 무르다는 의견이 있어 저장기간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영욱 중앙청과 차장은 “(품종의 과피와 과육이) 시각적으로 좋다. 마트에 진열이 된다면 다른 과일에 비해 눈에 띌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옥 한국청과 과장은 “기존 품종이 태추와 경쟁을 한다고 봐야 하는데 태추는 20일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저장기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 신품종 평가=이에 앞선 2일 열린 감자 평가회에선 식량과학원이 육종한 ‘대광’과 강원도농업기술원 특화작물연구소가 육종한 ‘오륜’, ‘풍농’ 등 3개의 감자 신품종이 소개됐다.

이 중 대광은 올해, 늦어도 내년 안에 품종등록을 완료할 신품종 감자로 역병에 강한 특징을 지닌다. 오륜은 국립종자원이 지난 8월 농업인 대상으로 개최한 감자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품종으로 재배기간은 110일에 개화기간이 길어 경관작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수미 대비 수량이 10% 정도 많고, 식용 및 가공용으로 육종됐다. 풍농은 100~105일 재배되며 수량은 수미 대비 30% 많고, 맛은 비슷하다.

품종 소개 후 진행된 시장 유통인들의 평가에선 해당 품종의 장점과 함께 비교적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박하석 한국청과 부장은 “처음 접했을 때 오륜은 식었을 때 나는 감자 특유의 향이 강했고 표피는 거칠지만 모양은 보기 좋았다. 풍농은 수분이 많고, 대광은 표피는 매끄럽고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영혁 서울청과 부장은 “대광은 식감은 좋지만 무른감이 있다. 풍농은 대량 생산이 가능해 산지에서 맞을지 모르지만 표피나 맛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오륜은 아직 수미 그 이상의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평가회에선 각 품종의 특성을 고려해 주수요처를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종철 동화청과 상무는 “가격을 더 잘 받고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선 오륜이나 대광은 일반 마트나 식판용으로, 풍농은 식자재나 가공 쪽 위주로 납품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품종 독과점 형성된 시장=배와 단감, 감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배는 신고, 단감은 부유, 감자는 수미 등 특정 품종이 해당 품목 시장의 70~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 한 품종의 시장 독과점화는 장단이 나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단점이 더 많다. 익숙한 재배법 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획일적인 맛, 다양한 소비자 확보 한계, 연작 피해, 출하 시기 집중화 등 다수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부류별로 보면 배와 단감의 경우 한 품종의 독점 속에 명절용 과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른 소비 역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감자도 올해 계속해서 언론에 가격 폭등이라는 점이 내세워졌던 반면 그 이전엔 몇 해 동안 바닥세를 보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특정 품종 쏠림 속에 가격 등락이 어느 품목보다 심하다.

한편 이번 신품종 시장 평가회에선 독과점화된 품종 시장을 겨냥한 듯 ‘신고와 비교해서’, ‘부유보다는’, ‘수미를 따라가기에는’ 등 해당 품종과 비교한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기존 해당 품종을 비교 품종으로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신품종을 통한 각 품목별 시장 확장 가능성을 모색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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