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사과·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과
대목장 홍로 물량 대부분 소진
거래금액도 늘어 성적 양호
후지 출하 전까지 높은값 기대

▶배
기상이변 등 악재 속 선전
생산량 감소로 가격 상승
내년 설까지 평년시세 웃돌 듯


국내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가 추석 대목장에서의 선전을 기반으로 추석 이후에도 비교적 양호한 시장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과와 배의 생산량 및 거래량 추이는 다르지만 두 품목 모두 생산량 대비 추석에 많은 물량을 소진했다. 여기에 최근의 원활한 가을 날씨 속에 맛도 상당히 좋아 예년보다 나은 추석 이후 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 추석 시장은=사과와 배의 거래물량과 금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품목 간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추석 대목장에 사과와 배 모두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추석을 열흘 앞둔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9월 10~19일까지와 지난해 9월 20~29일까지 서울 가락시장에서 과일 거래규모가 가장 큰 2개 도매법인의 거래물량과 거래금액을 조사한 것이다.

실제로 A 도매법인의 올해 사과 거래물량은 1133톤으로 지난해 876톤에 비해 29%나 증가했다. B 도매법인의 사과 거래물량 역시 올해 997톤으로 지난해 926톤보다 7.7% 늘었다. 물량 증가에 따라 거래금액 역시 증가했다. A 도매법인의 거래금액은 38억7300만원으로 지난해 31억2300만원에 비해 24% 늘었다. B 도매법인도 지난해 31억9100만원에서 올해 35억4000만원으로 약 11%의 거래금액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우박과 폭염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로 출하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울 가락시장의 사과 거래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추석 대목 소비와 시세 흐름이 모두 양호해 출하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배는 사과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거래물량이 줄어든 반면 거래금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A 도매법인의 올해 배 거래물량은 121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82톤에 비해 약 18% 줄었다. 그러나 거래금액은 39억원으로 지난해 25억5700만원보다 약 42% 증가했다. B 도매법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B 도매법인의 올해 배 거래물량은 1518톤으로 지난해 1938톤보다 21.6%가 줄었지만, 거래금액은 올해 46억8200만원으로 작년 37억4000만원보다 25.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올해 배 생산량 감소가 결과적으로 추석 대목의 배 가격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과 역시 물량이 증가하며 거래금액도 늘어났지만 기상이변으로 대과가 줄어드는 등의 악재 속에 선전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추석 이후엔=추석 대목장 이후 사과는 양광 등 중생종, 배는 신고 위주의 출하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석 이후 사과·배 시장 역시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사과와 배 생육에 양호한 가을 날씨가 전개되고 있어 품위가 상당수 회복됐고, 특히 여름철 풍부한 일조량으로 당도가 상당히 높은 게 추석 이후 사과·배 시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과의 경우 추석장 비교적 높았던 시세에 기대, 홍로는 대부분 출하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시장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저장된 홍로가 산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석 이후 주로 10월 중순까진 양광, 시나노스위트, 료까 등 중생종 출하가 이어지다 10월 말부턴 부사가 본격 출하 및 저장될 것으로 보인다.

중생종은 자체적인 양도 많지 않은데다 추석 대목에 홍로 출하가 상당수 이뤄져 비교적 양호한 시세가 전망되고 있다. 다만 부사는 아직 수확시기가 남아있지만 10월 초 현재 중생종과 달리 작황 피해가 거의 없었고, 양도 줄지 않은 것으로 보여 중생종보다는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설 여지는 있다.

김형식 가락시장 서울청과 과일팀장은 “날씨 영향으로 홍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했음에도 시장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홍로 사과가 추석 대목에 물량을 대부분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적어도 후지가 나오기 전까진 사과 시세는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몇 해간 가격 부침을 겪었던 배도 올 추석 이후엔 이례적으로 시세가 지지되고 있다. 배는 특히 꽃 필 무렵의 냉해 등 작황이 상당히 좋지 못해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년 설 대목까지도 평년 이상의 시세가 지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영신 가락시장 중앙청과 전무이사는 “올 추석에 배가 물량이 없어서 가격이 높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맛이 좋아 소비 역시 받쳐줘 원활한 추석 대목장이 됐다”며 “양이 적어 설 대목까지도 양호한 시세 흐름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전무이사는 “사과와 배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저장 과일 물량이 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최근 원활한 가을 날씨와 여름철 풍부한 일조량이 맞물려 당도 등 맛은 상당히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저장성이 되지 않는 물량부터 순차적으로 출하를 진행하면 추석 때 좋았던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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