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수품 수급안정 명분
평시대비 140% 물량 풀고
농협매장서 40~60% 할인도
가락시장 경락가 큰 폭 하락
“물가에만 올인하나” 비난
배춧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3일, ‘평시 대비 140%의 배추 물량을 푼다’고 발표했다. 평년 시세를 한참 못 미치는 약세가 이어지던 18일, 시장을 찾아 ‘배추를 하루에 총 100톤씩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추석 대비 농림축산식품부의 배추 수급 대책이었다.
농식품부의 배추 수급 대책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수급 대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추석에 농식품부의 배추 수급 대책은 생산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농식품부가 140%의 배추 물량을 푼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은 3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평균 경락가는 9237원이 나왔다. 이날은 8월말 1만원 초반대였던 배춧값이 큰 폭으로 꺾이기 시작한 시점이자 평년을 밑돈 시세가 나온 날이었다. 배추 시세는 9월 초 기준 2016년엔 2만원 내외, 2017년엔 1만원 중후반대의 시세를 보였다. 국민적 아픔이었던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극도로 침체된 2014년과 2015년이 포함된 평년 9월의 배추 시세도 9950원이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추석 물가를 점검한다고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 경매대까지 올라갔던 18일엔 배추 도매가격이 8933원에 그쳤다. 추석 단대목이었던 그 주 배추 경매가는 17일 8085원, 19일 9346원, 20일 8580원, 21일 8402원으로 일주일 내내 평년 시세를 한참 못 미치는 약세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개호 장관은 시장에서 “배추의 경우에 하나로마트를 통해 하루에 총 100톤씩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농식품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추석 전까지 매일 배추 100톤을 전국 500여개 농협매장에 시중가 대비 40~6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독 생산비가 많이 투입된 반면 배춧값은 낮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 농식품부의 수급대책을 접한 산지의 비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 산지 관계자는 “예전엔 그래도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 농식품부에서 해명, 반박자료까지 내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했는데 이번 추석엔 물가 잡기에만 앞장선 것 같다”며 “18일 시장에서 해야 할 말은 배추 물량을 저렴하게 풀고 있다는 게 아닌, 가격이 지지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 양파와 마늘 등 양념채소 가격은 바닥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나 대책은 하나도 없었다”며 “소비자 중심의 대책이 이번 추석 수급 대책의 전부였고, 추석 물가 우려를 부각시킨 언론에 쫓아가는 행태만 취했다. 요즘 농업계 패싱이라는 말이 많은데 물가 대책에서 생산자는 패싱됐다”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 기자명 김경욱 기자
- 승인 2018.09.21 14:09
- 신문 3044호(2018.09.28)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