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부 전 청와대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2015년 첫 전국동시선거
무자격 조합원 문제 ‘심각’
지금도 마땅한 처벌조항 없어
각종 부정선거시비 여전할 듯
조합장 후보-조합원 대화 금지
선거홍보 한정된 ‘깜깜이 선거’
13일 불과 유세기간도 늘려야
관련 개정안 국회 통과 시급
지난 4년 농협개혁 ‘사실상 실종’
제자리 서기 위해 교육 중요
대학 농과에 협동조합론 넣고
수입금 일정액 ‘교육 펀드’ 적립을
내년 3월 13일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기부행위금지기간을 설정하는 등 동시조합장선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3월 11일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점들이 여전히 해소되기 않고 있고, 특히 농협개혁을 주창했던 농민단체들의 동력도 자취를 감춰버린 상황이어서 당시 문제점들이 2회 동시선거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본격화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맞아 최양부 전 청와대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과의 대담을 통해 현안과 개선과제를 짚어봤다.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는데요. 지난 2015년에는 처음으로 동시조합장 선거가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관위 주관으로 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농협바로세우기 연대회의 상임대표로 운동을 펼치시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시기도 하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2019년 동시조합장선거를 맞이하는 소감과 감회가 새롭습니다. 2016년 3월 이후 3년 반가량 사실상 농협이란 말을 지우고, 일부러 농협과 외면하며 지내왔는데요. 그런 차에 내년에 열리는 2차 동시조합장선거에 대한 선관위의 감독이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는 소식에 2015년 3월 11일의 가슴 뜨거웠던 아픈 기억들과 상처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농협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고 농협개혁의 전기를 마련하는 역사적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으로 뜨거웠는데요. 그러나 막상 선거를 치르고 선거의 실상을 알고는 기대와 희망은 사라지고 실망과 분노 그리고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2015년 3.11일 동시선거를 치르면서 만연한 무자격조합원의 현실을 접하고 절망감을 느꼈던 건데요. 3.15선거에 버금가는 부정선거를 치르고도 꼼짝하지 않는 괴물, 바른농협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절망감이었고, 솔직히 2015년 3.11 선거가 끝난 후 6월 9일자 칼럼 농업마당 ‘괴물이 되어버린 농협’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쓴 후 농협을 잊고 지내왔습니다.”
-첫 동시선거에서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심각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지금은 농해수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권 의원과 함께 당시 의성에서부터 조합원 명부 조사를 실시했었는데, 실제 조합원 명부를 확보해서 면단위로 나눠 조사를 했더니 700명 가량이 무자격 조합원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명부를 제대로 작성하도록 하는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문제가 노출된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그냥 넘어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4년가량이 지나고 있는 시점인데요. 해결이 되어 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무자격조합원을 정리하라는 문서를 농협중앙회가 지역조합에 내려 보내기는 합니다만, 정리를 하지 않을 경우에 따른 처벌조항이 마뜩하지 않아 사실상 구속력이 없고, 따라서 지도문서가 휴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2015년 동시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무자격조합원에 의한 부정선거시비가 발생한 곳이 30여개나 되는데, ‘선거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농협이 책임지고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보니 이 무자격 조합원의 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무자격조합원과 관련된 지도문서는 사실상 양날의 칼과 같은 건데요. 반대파는 처내고, 자기편은 보호하는 ‘마음대로의 법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와 함께 했던 분들에게 ‘4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선거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서 몇 군데 전화를 해 봤는데, 경각심이 조금 높아진 것을 제외하면 별반 달라져 있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오히려 분위기는 더 안 좋은 편이라고 보이는데요. 4년전 같으면 조합장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농민단체들도 농협개혁과 관련해 많은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지난 4년간 농협개혁이란 말 자체가 실종된 상태이다 보니 오히려 후퇴한 느낌입니다. 정부·정당·언론·학계·단체 등 모든 곳에서 변변한 농협개혁토론회는 실종이 됐고, 지금 상태라면 4년 전 선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무자격조합원 시비와 함께 위탁선거법이 허용하고 있는 선거홍보 방식이 너무 한정돼 있어서 일명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도 받았었는데요.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근무하고 있는 한 변호사가 ‘현재의 위탁선거법이 협동조합 정신에 어긋나게 조합원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석사논문을 냈다는 소식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이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한 법인으로 헌법상 결사의 자유에 대해 최대한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행 위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합장에 도전해 보고자 하는 사람은 조합과 조합원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한데, 우리는 조합원과 조합임원간의 대화, 특히 조합장 후보로 나서보려는 사람들과 조합원 간의 대화를 막고 있는 겁니다. 조합원이 후보자가 누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요. 선관위가 본격적인 선거관리에 들어간 현재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과거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조합장 선거에는 ‘금권선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과거에는 ‘6당 3락’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6억원 쓰면 당선되고 3억원 이하로 쓰면 떨어진다’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금권선거가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돈 선거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음성화되고 지능화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돈 선거는 안된다’는 철칙을 지켜야 하겠고요.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는 투표권자인 조합원들이 무조건 고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감시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요. 관할구역을 불문하고 돈 선거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제2회 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어떤 것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2015년 선거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노력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부정선거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이행이 진행돼야 합니다. 농식품부가 올 1월에 ‘조합원 자격요건 확인기준 고시’를 마련했는데요. 2015년 경험을 정리하자면,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2회 조합장동시선거에서는 ‘완전하고, 확인가능하고, 비가역적인 조합원 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넘어가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깜깜이 먹통선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이 조합의 발전방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적극적으로 조합원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후보자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같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13일에 불과한 선거유세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거운동기간 중 조합이 계획하고 개최하는 모든 조합원 모임, 마을모임 등에 후보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발표할 수 있게 하고 대의원회의가 후보자들을 초청해 조합원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협동조합의 정신을 반영하는 협동조합적 선거 운동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고, 국회에서도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인데요.
“선관위 안은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허용하고, 조합원 행사 방문에서도 정책발표나 설명을 허용하도록 하는 한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1인이 후보자에 추가해 선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예비후보자 제도를 신설하자는 내용이고, 국회 부의장인 주승용 바른미래당 (여수시을) 의원이 60일간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공개장소에서의 정책발표, 부인 등 직계존비속 1인에 대한 선거운동 허용,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위탁선거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개정이 되어서 2회 동시조합장선거가 정책선거가 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내년에 치러지는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뽑히는 조합장들이 향후 농협중앙회장을 뽑게 됩니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라는 겁니다.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데, 농민단체에서도 위탁선거법 국회통과를 강력하게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2회 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합장을 뽑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농민단체는 물론 국회 등이 나서서 농협발전을 위한 위원회를 꾸려 활동을 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농협이 제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최소한 한국농수산대학과 농과계열의 대학, 그리고 농진청이 진행하고 있는 대농민교육 과정에 협동조합론을 필수과목으로 넣어서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농협에서는 수익금의 일정액을 교육을 위한 펀드로 갹출하고, 이를 농협이 아닌 농민단체나 학계 등 제3의 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하면서 바른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이 독립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 기자명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9.21 15:01
- 신문 3044호(2018.09.28)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