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한농연 요구
국회·농식품부도 지원사격 불구
현행 규정상 쉽지 않을 듯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농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자위원으로 농업계 대표를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장기적 안목의 전략 방안이 요구된다.

▲사용자위원에 농업계 포함을=최임위가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과정에 농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 7월부터 농업 관련 단체의 주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농업 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7월 성명서 발표와 국회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최임위 사용자위원으로 농업계 대표를 위촉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농업 부문이 2016년 기준 내국인노동자 최대 14만4452명, 외국인노동자 2만7984명을 고용 중이며, 같은해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E-9 비자 합법 입국 기준) 중 농업 부문이 12.2%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임위 사용자위원에 농업계 대표가 들어가지 못해 관련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임위 사용자위원 9명 중에 농업계 대표가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도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성찬 자유한국당(경남 창원·진해) 의원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임명하는 최임위 사용자위원 9명 중 1명은 농어업인을 대표하는 자로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한 데 이어 농식품부도 고용노동부에 해당 요청을 한 상태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농업 분야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회에 농업계 인사를 포함해 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청한 상태”라며 “고용부로부터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단기간 내 실현 어려울 듯=하지만 농업계의 요구는 단기간 내 실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고용 전반에 걸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 만큼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데다 현행 규정상으론 농업계의 바람이 반영되기엔 부정적인 요인들이 많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각 계층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 및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위촉하고, 공익위원은 법령상 위촉기준을 충족한 사람 중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 위촉한다.

농업계가 참여를 원하고 있는 사용자위원의 경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무역협회 등 4개 단체만이 추천권을 갖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관련 대책 중 하나로 2022년부터 소상공인연합회도 사용자위원 추천권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수년 전부터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소상공인들이 직접 발언권을 얻을 수 있도록 사용자위원 추천권을 부여해 달라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지속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역학구도 속에서 9명의 사용자위원에 농업계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농업계 대표를 1명 더 추가해 사용자위원 정원 자체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몫을 가져가는 경우 추천권을 가진 몇몇 협회와 관련 업계의 반발 가능성은 예상되는 수순이다.

최임위 위원들이 새로 바뀐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농업계 요구 반영이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으로 점쳐지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5월 정부는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근로자위원 9명·사용자위원 9명·공익위원 8명)을 신규 위촉했다. 임기가 아직 남은 공익위원 1명을 제외하고는 새 임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임기는 3년이다. 결원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 체제는 규정상 3년간 보장된다.

이밖에 국회에서 발의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지만, 노동 분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법안 통과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차원에서 사용자위원에 농업계 인사를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하고 있다. 고용부와 적극적으로 부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갈 입장”이라며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농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사항을 어필하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농업계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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