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부족…준비 여력 없어
공동작업장 등 여건마련 시급


서울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가 9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 시행을 두고 산지에서는 소규모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 시행을 두고 제주 지역의 농가들은 강한 반대를 보였고, 이러한 반대 기류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육지에서도 반대를 하며 시행 시기 유예를 요청했지만 서울시공사는 예정대로 하차거래를 진행했다.

하차거래가 시작된 9월 1일부터 15일까지 가락시장에 반입된 양배추는 총 4278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80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차거래에 따른 물량 감소는 없어 보인다. 가격은 8kg 망대 상품 기준으로 올해는 평균 8919원이 나와 지난해 평균 10290원에 비해 하락했다.

최근 반입물량만 놓고 본다면 시행 유예를 요구했던 육지에서 하차거래에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양배추는 망 작업을 하고 팰릿에 쌓아 비닐로 랩핑을 해 반입되고 있다. 산지유통인들에 따르면 작업 여건도 까다롭고, 비용도 추가로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시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산지유통인은 양배추 하차거래에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어려움이 왜 없냐. 자동화 시설이 없어서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소규모 농가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차거래 시행을 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하차거래를 시행할 여력이 없어 출하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하차거래가 소규모 농가에 출하를 막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의 한 농가는 “고랭지의 특성상 경사에 지게차를 올릴 수도 없다. 인부를 사야 하지만 양배추를 팔아서 수익이 많이 나지도 않는데 인부까지 사면 마이너스다. 차라리 출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농가는 “공영도매시장이라면 생산자가 편하게 출하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양배추 하차거래는 소규모 농가들에게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차거래를 할 수 있는 공동작업장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공사의 일방적인 시행에 농가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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