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학교급식보다 사업 범위 넓고 다양
지역 내 농식품 관련 조직 함께 모여
돈과 지혜, 사업역량 모두 모아야


요즈음 현장을 다니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스마트팜과 푸드플랜이다. 농업생산혁신의 정책으로 스마트팜이, 지역 내의 자원을 최대한 ‘먹거리’라는 열쇳말로 연결시키는 새로운 정책으로 푸드플랜이 각광받는다는 것은 현 정부의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의 농정판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현재 시군단위에서 관심을 가지는 스마트팜과 푸드플랜이란 두 마리 토끼를 농식품부만이라도 잡을 수 있을 건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좋은 농정의 조건 중의 하나가 정책의 효과가 가급적 많은 농업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개인적으로 이번 정부에서는 스마트팜보다는 푸드플랜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로컬푸드로 유명한 완주군을 여러 번 방문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단위에서 공동농장을 만들어 고령농과 소농들이 참여하여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을 중심으로 로컬푸드협동조합에 판매함으로써 1천여명의 농민들이 로컬푸드로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역 내에 탄탄한 판매루트가 확보되자 다양한 가공품을 만드는 작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런 작은 공동체들이 귀농귀촌하는 젊은이들을 완주로 이끌어 들이면서 인구도 더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강점은 다시 완주가 올해 사회적농업 사업을 통해 귀촌하는 청년들에게 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나하나의 정책이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은 개별 정책의 영향을 단순하게 합한 것이 아니다. 어떤 정책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어떤 정책들은 서로 더 큰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각각의 정책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농업인과 농촌주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농업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농업인과 농촌주민이 단순히 정책의 객체이 아니라 서로 각각의 역할을 다하면서 함께 농촌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체가 되도록 도아 주는 농업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그동안 각각 운영되던 학교급식 지원, 로컬푸드, 공공급식, 식생활교육 등의 농업정책과 지역주민들의 영양취약계층에게 지원하는 복지정책, 지역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활사업 등 다른 부처들의 정책들을 하나로 묶어 서로 더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지역먹거리 정책, 푸드플랜이다.

푸드플랜은 지역먹거리 순환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이다. 즉 푸드플랜은 특정 지역 내에서 먹거리를 둘러싼 지역 내 순환, 먹거리 관련 인식의 증대, 먹거리 복지 등을 체계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이다.

정책의 가장 좋은 지역은 도농통합시이지만, 군단위 지역과 대도시를 연결하여 서로 상부상조하도록 하는 방안과 시도도 함께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시군에서 새로운 활로로 각광받고 있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푸드플랜에 대해서 적극적이라고 하고, 대통령의 관심도 높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

그런데 푸드플랜은 수십명의 전업농이나 한 두 종류의 주체들만의 힘으로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역먹거리 체계는 기존에 논의되고 확장되고 있는 1)학교급식과 2)로컬푸드를 포괄하며, 새롭게 3)공공급식, 4)취약계층 식품 지원, 5)생산자-소비자 연대(농식품)협동조합 등을 연결하는 것인데, 로컬푸드와 취약계층 식품지원은 각각 기본법협동조합이나 농협,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어린이집 급식지원 사업은 대기업 식자재 업체들의 사업 위탁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취약계층 식품지원도 바우처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식생활교육은 생협이나 영양사들이 주로 맡고 있다.

지역먹거리 체계를 실행하는 데에는 학교급식사업에 비해 사업 수행의 범위가 다양하고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이 연계되어 있으므로, 민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관계자의 범위가 넓어, 주체들의 연대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내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그릇을 잘 만들어야 한다. 이런 데 가장 적합한 그릇은 아무래도 사회적경제조직이지 않을까 싶다. 지역먹거리 체계와 연계된 사업체, 즉 농협, 로컬푸드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식생활교육단체, 취약계층식품지원 사회적경제조직 등 지역 내 농식품 관련 조직들이 함께 모여 돈과 지혜와 사업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포용성장을 위한 농정이 정말로 농업인과 농촌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주체들도 함께 서로를 포용해야 한다. 푸드플랜은 현 정부 농정의 시금석이기도 하지만, 각 시군 농업농촌 주체들의 잠재력과 연대의 정신을 평가하는 시금석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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