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 김진영씨가 4대강 사업 준설토 적치장으로 임대해 주었던 논 위에 서 있다. 풀이 자라 잘 보이지 않으나, 농지에 무수히 많은 자갈이 깔려있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여주시 가정리 일대 33만㎡
자갈·잡석 등 처리 않고 복토
반입한 흙에도 돌멩이 수북
농민 54명 올 농사 포기
농기계 파손·자재비만 날려


여주 남한강 4대강 사업 준설토 적치장으로 임대해 준 논의 원상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영농피해를 입은 해당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여주시 북내면 가정리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여주시 남한강사업소가 가정리 일대 33만㎡(10만여평)의 논을 토지주로부터 임대해 4대강 사업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해 왔다.

임대기간은 2016년 1월1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지만, 사업소는 주민공청회를 통해 올해 4월30일까지 적치장 사용을 완료하고 올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민들과 약속했다.

이에 사업소는 한 공사업체를 선정, 적치장 논의 원상복구 공사를 시작했으나 모래 채취 후 기존의 잔존 자갈과 잡석 등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토를 위해 새로 반입한 흙에서도 농지에 사용 되서는 안 될 큰 돌과 자갈 등이 대량 섞여 들여와 땅에 묻었다는 게 해당 농민들의 설명이다.

심재익(48) 가정1리 이장은 “올 초 반입되는 흙에서 크고 작은 다량의 잡석이 섞인 것을 발견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원상복구가 끝났다는 사업소의 말을 듣고 시범적으로 5월 초에 마을 대표로 모내기를 했지만 이앙기가 논 깊은 수렁에 빠지고 큰 돌에 부딪혀 반쪽으로 파손되는 피해까지 입어 이 일대 10만여평의 적치장 논을 임대해 준 54명의 농민들은 올 농사를 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올 농사계획을 수립했던 해당 농민들은 모판과 육묘․비료․농약 등의 농자재를 구입하고 인근 농협과 벼 계약재배까지 했으나 원상복구가 지연되고 부실공사로 농사를 못 짓게 되면서 농작물 영농손실과 함께 구입한 영농 자재비용까지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다.

농민 김진영(52)씨는 “논 20~30cm 이하에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큰 돌들이 묻혀 있고 농지 곳곳에도 자갈들이 무수히 많아 돌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며 “올해 벼농사 뿐 아니라 벼 수확 후 계획했던 부추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 건립 계약도 모두 파기 돼 영농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웃 농가 김관호(52)씨도 “이전에 이 일대 논은 돌멩이 하나 없는 농사짓기 좋은 토질의 최상의 농지였는데 부실한 원상복구로 온 농지가 돌과 자갈투성이”라며 “한 토목 전문가조차 이 일대 상황을 살펴보고 ‘복토를 위해 반입한 흙은 농지에 절대 반입할 수 없는, 도로공사나 건축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해 농민들은 “농지에 부적합 토사 반입으로 농기계 파손과 농작업 시 상해를 비롯한 작물 생육장애 등의 고통과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남한강사업소는 올 영농피해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토지주에게는 임대료를 지급하고 임차인에게 모판 구입비만 지원해 주기로 해 피해농민들의 또 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부실 원상복구로 인한 영농피해는 손실을 보상해 줘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원상복구가 끝나 임대기간이 완료된 논에 무슨 근거로 임대료를 주느냐”며 공분했다.


이에 농민들은 지난 6일 여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시장과 시의회 의장 면담자리에서 “올해 영농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손실보상과 함께 향후 영농 영위를 위해 현재 논에 복토한 1m의 부실한 흙은 다시 걷어내고 돌과 자갈 등이 없는 새로운 양질의 흙으로 교체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장과 의장은 “복토한 논의 철저한 재조사와 함께 부실복구가 확인되면 시공업체를 상대로 기존 부실 흙은 걷어내고 양질의 토사를 복토하도록 검토할 것”이며 “농민들의 안정 영농을 위한 지원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주=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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