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 충남대 교수

호기성 처리 과정 없이 토양에 직접 환원
가축분뇨 에너지시설 수익성 개선
환경친화적 자연순환농업 구축 기대


현 정부는 원전의 위험성과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오염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비중을 둔 에너지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공급 확대 정책은 우리나라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가축분뇨의 에너지화 처리비율이 1%도 안 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활성화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식품부에서 2010년부터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동되고 있는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이 전국에 5개소 밖에 안 된다는 것은 기존의 가축분뇨 에너지화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민원으로 인한 부지선정 문제와 더불어 저조한 수익성은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 확대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 축산환경관리원에서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의 내부수익률(IRR)은 -0.7%로 수익성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기존 1.0에서 2.0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EC를 2.0으로 상향조정할 경우 1일 100톤(가축분뇨 70톤, 음식물 30톤) 처리시설의 경우 연간 4800만원의 REC 판매수익을 얻을 수 있어 흑자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을 운영하고 있거나 향후 가축분뇨 에너지화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REC를 상향조정하는 방안만으로도 가축분뇨 에너지화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환경친화적 농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다고 본다. 과연 그런 방안이 정말로 있을까? REC 상향조정 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을 혐기소화액비 이용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혐기소화액비를 추가적인 호기적 액비화 공정을 거치지 않고 토양으로 환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가축분뇨 에너지화사업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REC 상향조정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분뇨 호기성 액비화 공정의 경우 일반적으로 톤당 1만원의 처리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일 100톤의 가축분뇨를 혐기소화하는 시설의 연간 가동일을 300일로 가정할 경우 혐기소화 후 추가적인 호기적 액비화 공정에 연간 약 3억원이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혐기소화액비를 추가적인 호기적 액비화 공정을 거치지 않고 토양으로 환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1일 100톤 처리규모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 1 개소당 연간 약 3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가축분뇨를 혐기소화시킨 액상 잔존물의 경우 원분뇨에 비해 악취 수준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유기성 영양물질들이 무기질화돼 작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된 상태이므로 액비로서 가치는 매우 높다. 호기적 액비화 공정을 거치면서 질소의 약 50%가 휘산되는 것에 반해 혐기소화 공정 중 질소 손실은 거의 없으므로 가축분뇨에 함유된 영양물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대기오염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혐기소화액비를 추가적인 호기성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토양에 환원함으로써 영양물질의 손실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작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환경친화적 자연순환농업 구축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도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혐기소화액비를 토양에 직접 환원할 수 있는 제도를 이미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국내에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축분뇨 전자인계 시스템과 연계한 혐기소화액비 토양환원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면 기존에 관련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에 비해 진일보된 우리나라 고유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혐기소화액비를 추가적인 호기성 처리공정 없이 토양에 환원하는 것이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의 수익성 개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 자연순환농업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혐기소화액비와 관련된 제도를 수정 보완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