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 100%에 가공한 돈육 제품에서도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강력한 질병,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다. 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에서 발병하면서 국내 양돈업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급성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4~5일이면 증상이 보이기 시작해 증상 발견 뒤 하루 이틀이면 폐사에 이르게 되는 질병으로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해마다 양돈 농가들을 괴롭히는 구제역보다 몇 배는 위험한 질병이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양돈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더 부담스러운 질병이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국내 한 전문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 양돈장을 휩쓸게 되면 다시 양돈 산업이 안정되기까지 3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진단할 만큼 이 질병의 위험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 8월 3일부터 불과 한 달 사이 우리와 인접한 중국에서 7차례나 발생하면서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을 마련하는 등 현재 대응 방안 마련과 차단방역 강화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아쉬운 것은 양돈 전문가들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 또는 인근 국가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AI, 구제역 등의 질병 대응에 몰두한 나머지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책 마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유럽·러시아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꾸준히 발생되고 지난해에는 몽골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올해 2월에야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리 대책이 수립됐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양돈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유입을 예방할 수 없는 질병이다. 질병 발생국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돈육 및 돈육가공품으로부터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 해외를 방문하는 국내 모든 국민들이 이 질병에 대해 이해하고 협조가 있어야만 차단이 가능하다.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는 인적·물적 교류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벌써 국내에서도 중국을 방문했던 여행객이 가져온 순대와 만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따라서 축산 분야를 넘어선 예방대책 마련은 필수다.

다수의 수의전문가들은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우리나라도 2년 내 발병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의전문가 예측대로라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지속적인 홍보와 이를 통한 위험성 인식 확대, 국내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 등 이제는 축산업을 넘어서는 더욱 세밀한 대응책 마련과 운영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우정수 축산팀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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