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밀 재고처리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밀농협에서 우리밀을 수매하고 있는 모습.

밀산업협회 재고량 1만8000톤
연간 소비량보다 5000톤 많아

"연간 식용밀 수입 200만톤인데 
우리밀 2만톤 소비 어려움 겪어"

내년 수매비축도 예산 줄어 차질
‘10월 파종’ 들어가는 우리밀
추석 전 정부 가시적 대책 시급   


우리밀의 생산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당장 1만8000톤에 달하는 우리밀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면, 내년도 우리밀 생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회원사의 우리밀 재고는 1만8000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원사들의 연간 소비량이 1만3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치가 넘는 재고를 안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생산량도 2만4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산밀산업협회는 9월초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생산량과 가격 등을 결정하는데, 재고문제로 인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밀산업협회 유화영 국장은 “2017년산 우리밀 재고가 1만8000톤 정도 쌓여 있는 상태여서 수급조절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 내년도 우리밀 생산이 어려울 수 있고, 우리밀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밀농협 김태완 상무는 “현재 우리밀 유통업체 상당수가 1년 치가 넘는 재고를 안고 있어서 내년도 수매를 못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우리밀농협도 최악의 경우 격년제로 일부 지역은 생산을 중단하고,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할 정도로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리밀은 10월 파종에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추석 전에 정부에서 가시적인 조치가 안 나오면 내년도 우리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태완 상무는 “연간 수입되는 식용밀은 200만톤에 달하는데, 우리밀은 1~2만톤을 소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수입밀을 우리밀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무관세로 들어온 수입밀을 팔아서 이익을 본 제분회사와 식품 대기업들이 우리밀을 의무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우리밀 농가들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밀 재고 처리를 위해 주정용으로 우리밀을 공급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이미 과잉 생산된 보리가 주정용으로 공급돼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우리밀을 수매비축하겠다는 농식품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농식품부는 수매비축 예산을 50억원 증액해 5000톤의 우리밀을 비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예산 반영은커녕 오히려 기존의 수매비축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밀 비축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닌데, 작년에 보조사업 평가에서 수매비축사업이 ‘미흡’ 평가를 받으면서 비축 예산자체가 10% 일괄 삭감됐다”며 “예산반영은 안 됐지만 밀 같은 경우 장관 방침으로 수매비축을 할 수는 있다. 다만 수매비축 예산 자체가 삭감된 상황에서 밀을 추가로 비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축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비축을 한다고 해도 당초 예상했던 물량을 비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산밀산업협회는 9월 19일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우리밀의 재고 문제를 수차례 호소했지만, 농식품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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