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잡지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단순하고 해괴한(?) 춤의 싸이는 유튜브 검색 몇 억뷰의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나는 모르는데 오히려 세계 사람들은 다 아는 스타들도 많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한류는 문화 변방 우리나라를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변화시켰으며, 성지를 순례하듯 한류를 찾아오는 관광객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K-POP을 초기 개척하던 7080 가수와 달랑 CD 한 장 들고 미국의 유명 연예기획사를 찾아다니던 가수는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세계적인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초창기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한류는 한국인 특유의 ‘풍류와 정’을 바탕으로, 개인보다 그룹으로 전체가 조화로운 칼군무 등 개성 있는 문화로 디자인하고, 혹독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된 시장 진출, 변화를 기다리는 것 보다 변화를 창조하는 종합적인 기획을 통해 성장했다.

몇 년 전 사람들에게 각 나라의 농식품의 이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미국의 농산물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대량생산과 GMO’, 중국은 ‘저렴과 짝퉁’, 일본은 ‘깔끔하다와 방사능’, 유럽은 ‘고급’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런데 호주와 뉴질랜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청정’이라는 딱 한 단어를 꼽았다. 그 나라에서 어떤 품목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든 청정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고, 한번 심어진 이미지는 잘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농식품 하면 무슨 단어가 연상되십니까?’ 불행히도 이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수많은 정책들이 펼쳐졌지만 정작 ‘대한민국 농업은 이거다’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농업인으로서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 농업이 아무리 규모화 되더라도 미국을 넘기는 어렵고, 가격 경쟁력을 가져도 값싼 노동력의 동남아나 중국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으며, 일본 역시 신규 생산 설비 투자가 늘어나 수출 경쟁력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다고 정부가 농산물의 수입을 막아 우리 농업을 지킨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까운 중국에 부자가 몇 천 만명이고, 동남아나 일본에도 고급 농산물의 수요가 많아지니 수출이 ‘길’이라고도 하지만, 그 나라에서도 생산되고 우리 보다 저렴하고, 그렇다고 ‘이것’이라는 대단히 특별한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 한국의 농식품을 굳이 먹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우리농업의 ‘이것’은 무엇일까?

지난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은, 학교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노동자가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로 인해 암에 걸린 것이 인정된다며 몬산토에 무려 약 3,26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화학농업의 본토에서 반 화학의 서막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기농식품 시장은 매년 약 10%이상 성장해 2017년에는 6.4%가 증가해 452억달러로 전체식품 매출액의 성장률보다 약 6배 정도 높다. 주 소비층이 밀레니엄 젊은 세대들로 향후 지속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럽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세계는 지금 생태농업 육성을 통한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심지어 유기농을 빼면 박람회를 열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 농업도 세계를 타깃으로 대한민국의 농업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것’을 명확히 정하고, 그리고 ‘이것’을 위해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지 섬세하게 디자인하여 우리만의 세계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

나는 이것이 ‘유기농업’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에서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는 농산물도 ‘안전하다’고 광고하고, 한편에서는 친환경에 0.000ppm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등의 모순된 ‘설계’정도로는 농업의 한류는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농촌이 성장하고 문화 한류를 능가하는 농업 한류를 만들 수 있는 아직 ‘꺼내지 못한 반도체’가 유기농업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직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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