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솔영농조합법인의 조영식 대표(사진 오른쪽)와 막내 동생인 조춘식 상무. 한솔이 6차산업 인증 경영체로 사업기반을 탄탄히 다지기까지 두 형제는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됐다.

2011년 ‘알콩달콩 꾸러미’ 시작
품목 구성부터 결제~배송까지
소비자 중심 운영으로 주목
회원수 450여명-매출 2억 훌쩍

전통 장류사업으로 출발해
‘우리콩 가공’으로 사업 확장
농촌 체험·교육농장 인증도


전남 순천시 주암면 운룡1길에 자리잡은 한솔영농조합법인(대표 조영식)의 ‘알콩달콩 꾸러미’는 다른 농산물 꾸러미들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품목 구성을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꾸러미 배송 1주일 전 회원들에게 이용 가능한 물품과 가격을 문자로 보내면, 소비자들은 1회 기본가격 4만원에 맞춰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빼거나 원하는 물품을 추가할 수 있다.

전통가공식품 대 제철농산물 비중은 60:40. 다른 꾸러미보다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채소·과일 등 농산물 위주로 꾸러미를 구성할 경우 주마다 시세 차가 큰 데다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워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제 방식은 선결제가 아닌 물품을 받은 후 결제하는 ‘후불제 방식’으로 정기 회원에겐 5% 할인혜택을 준다. 배송은 특정 날짜를 정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에 언제든 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 운영으로 2011년 사업을 시작한 한솔의 꾸러미 회원은 450여명까지 늘었고, 여기서 현재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통 장류사업으로 첫발=“처음 10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었죠. 원래 전통장류는 생산도 슬로푸드지만, 소비도 슬로푸드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거든요. 대표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조춘식 상무)

1984년 영농후계자(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돼 복합영농을 하던 조영식 대표가 한솔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전통 장류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1994년이다. 지금은 1차(친환경 콩, 고추 재배)와 2차(전통장류, 청국장, 두부, 두유 등 생산), 3차(체험·교육농장 운영)를 겸한 6차산업 인증 경영체로 성장했지만, 이렇게 사업기반을 다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조 대표는 “막내 동생인 조 상무가 곁에 없었다면 아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건 주제를 ‘전통장류’에서 ‘우리 콩’으로 바꾸고, 2004년 광주 한마음공동체에 콩나물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100% 우리 콩으로 성장촉진제나 농약 없이 재배한 콩나물은 다음해인 2005년 친환경 학교급식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이후 한솔은 전통식품 품질인증(2007)과 전남도지사 품질인증(2008)을 연달아 획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한솔이 생산하고 있는 콩 가공식품(전통장류, 두부, 두유, 청국장류, 스낵, 엿기름 등)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콩 소비량이 연간 70여톤(3억9000만원) 규모. 이는 지역내 콩 생산량의 90%가 넘는 물량으로 한솔은 순천농협과 업무 제휴를 맺고 콩 농가의 중요한 소비처가 돼 주고 있다.

▲6차산업으로 사업영역 확대=이후 농촌체험 우수농장(2009),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2013) 등을 받으면서 한솔은 사업영역을 3차산업 부문까지 넓혔다. 두부만들기, 장담그기, 콩나물 기르기, 비지쿠키 만들기 등 콩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은 한솔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신뢰도 제고와 함께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현재 한솔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구인난이다. 사업은 계속 커지는데 그동안 함께 모시고 일했던 마을 어르신들은 이제 대부분 팔십이 넘어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라,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속앓이 중이다. 지금은 가까스로 조춘식 상무와 영업부터 물품 배송까지 거의 일당백으로 업무를 나눠 뛰고 있지만 걱정이 많다.

조춘식 상무는 “도시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들 난리인데, 농촌의 중소사업장은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다. 하루아침에 풀릴 일은 아니지만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일자리 수요와 공급을 잘 매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을 분들에게 “저 놈 참 잘 들어왔다. 저 놈이 들어와서 우리 마을이 참 좋구나”라는 칭찬을 듣는 게 목표였다는 조영식 대표. 그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1차인 농업이 무너지면 모든 사업은 도로 아미타불”이라면서 “마을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의 농민들과 함께 좋은 먹거리, 살기 좋은 농촌마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