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소비트렌드 발표회

▲ 지난달 28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농식품 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서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신품종 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품목마다 1~2개 품종 집중
농가 생산비 절감에만 초점
새로운 수요 창출 어려워
‘소비자 중심 농정’ 전환을

농식품 온라인 구매 ‘급성장’
즉석밥·냉동식품 등 소비 증가
1차 조리식품·손질된 식자재
직접 단순 조리가 ‘트렌드’


국내 농산물 생산 품종의 제한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동시에 농가들은 생산비 절감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틀을 깨는 농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농산물 선택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지난 8월 28일 농촌진흥청 종합연찬관 대강당에서는 2018 농식품 소비트렌드 발표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소비 다양화 시대, 빅데이터를 추적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농진청의 소비트렌드 발표회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이외의 광역시 소비자 패널 1640가구를 대상으로 농식품 상품별 소비자 구매행동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이 소비트렌드 발표대회는 2013년에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농정의 변화를 제안하다=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다양해지는 마트 매대와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이 발표를 통해 문정훈 교수는 결론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농정 추진에 대한 논의가 오랜 기간 동안 있어 왔지만 구체적인 안이 수립되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농업인의 변화만 강조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생산자가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을 덜 받고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해 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말은 문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자’를 만들 수 있도록 농정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과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 시즌에 1~2개 품종의 사과만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스페인의 경우 한 시즌에 12개 품종을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감자 역시 품종의 구분 없이 판매가 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조리 방식에 따른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단일 품종의 생산에만 집중하다 보니 농가들은 그 품종에 생산비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는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문 교수는 농업인의 변화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를 창출해 농식품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는 소비자 중심의 농정 전환을 주문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이원영 도담 대표는 “생산자들이 품종의 다변화를 망설이는 이유는 유행이나 추세를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며 “품종 개발자들이 유행과 추세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주는 것이 생산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현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트렌드(추세)와 유행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에 트렌드라 판단해 뛰어 들었다가는 잠시 유행에 그쳐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이들 용어를 정확히 판단해 생산자들이 혼돈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빅데이터로 본 소비트렌드는=김성용 경상대학교 교수가 농진청의 소비자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가구당 연평균 농식품 구매액은 증가했으며, 외식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곡물, 채소 구매액은 감소했고 과일, 낙농품, 견과류는 정체를, 수산물과 축산물의 구매는 대폭 늘어났다. 특히 소비자의 간편화·편리화 추구로 인해 가공식품 전체 구매액은 증가했다.

농식품 구매 장소로는 온라인이 꾸준한 인기를 끌며 연평균 24.4%의 급성장을 보였으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감소했다.

농식품 구매 방식은 기존 신선식품에서 가공 식재료 및 편의식품으로 형태가 진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신선 배추는 절임 배추에서 포장 김치로 구매가 전환되고 있고, 즉석밥 등 가정식 대체식품과 냉동식품의 소비가 증가했다. 특히 1차 조리 식품이나 손질, 포장된 식자재를 구입해 자신이 직접 단순 조리하는 트렌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온라인 주문 배송의 영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성용 교수는 “이러한 경향을 볼 때 신선 농식품의 출하처로 온라인 푸드마켓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성향을 보이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텃밭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를 농업·농촌에 대한 공익적 가치 제고의 기회로 삼아 국내산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로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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