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결산심사

예산 평균 집행률 저조 고질병
농식품부 90%도 안돼 도마위
지원 조건 까다로워 집행 안돼
“관행적 편성 벗어나야” 촉구
상생기금 조성 계획 주문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소관 부처에 대한 ‘2017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상정·의결했다.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심도 있는 결산 심사를 통해 각각 정부 원안대로 의결하되 농식품부에 대해 56건의 시정요구와 2건의 부대의견 등 총 119개 시정사항과 14건의 부대의견을 채택키로 했다. 이번 결산심사에선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세입 부족 및 세출예산 이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재해대책비와 농어촌상생기금 등도 비중 있게 거론됐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예산 이월·불용액=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농식품부 소관 세출(지출) 예산의 집행률이 떨어져 예산 이월 및 불용액이 적지 않다는 점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 농식품부 소관 일반회계 등 6개 회계의 세출예산 규모는 28조613억원이며, 사업 집행과정에서 전년도 이월 등에 따른 예산(지출)현액은 30조18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28조5450억원을 지출하고 다음연도 이월액 1조8484억원과 불용액 7309억원이 각각 발생했다. 이월금은 지특회계 및 농특회계 자금 부족 등으로 발생했다. 불용은 주요 융자사업에서 시중금리 인하에 따른 정책자금 수요 감소(농안기금), 피해보전직불 및 폐업지원 미발동(FTA기금) 등으로 발생했다.

2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이 같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중앙부처의 예산 평균 집행률이 95%가 넘는데, 농식품부는 90%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부처의 예산은 7~8% 늘어나고 있고 농식품부 예산은 4% 줄고 있다”며 “예산 집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불용액이 발생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융자가 조건이 까다롭고 규모도 작아 농민들이 다른 자금에 비해 선호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FTA 기금의 경우 조건이 까다로워 매년 4000억~5000억원씩 집행이 안 되고 있다”고 대답하자, 김성찬 자유한국당(경남 창원·진해) 의원은 “그렇다면 예산 편성을 줄이든지, 농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든지 해야 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예산 이월·불용이 반복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행정의 경직성, 관행에 갇힌 예산 편성 등이 지목되기도 했다. 황주홍 위원장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때 정부에서 재해대책비를 추가로 넣은 게 하나도 없었다”며 “정부가 가뭄 및 재해대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예산 편성을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 연례적으로 해선 안 된다”며 “과거 관행과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인식과 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해대책비 집행 저조=김성찬 의원은 “재해대책비의 경우 321억원 정도가 불용됐는데, 해마다 예산이 과다편성돼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농촌에 자연재해가 없어서 예산이 쓰이지 못하고 이월되는 것인지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불용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재해대책비 사업은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 및 가축, 농업시설물, 수리시설 등 농업 분야에 피해발생 시 복구 소요액의 일부를 농업인 및 지자체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7년에는 당초 예산 765억원 중 250억원을 전용하고, 남은 현액 519억5500만원에서 198억2200만원(예산액 대비 25.9%)을 집행하고, 321억3300만원(현액 대비 61.8%)을 불용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6년간 재해대책비 집행률이 평균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재해재난이 없어서 지급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 기준이나 대상이 현실과 현장에 맞지 않다는 얘기”라며 “재해대책비의 경우 재해 피해로 인한 비용이 지원되는데, 고령농이 많기 때문에 폐원을 전제로 해서 사용된다고 하면 70~80% 집행률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재난 시 폐업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도 지지부진=정운천 바른미래당(전북 전주을) 의원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도입 취지대로 FTA 체결로 이익을 보는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야 활성화될 수 있다”며 “농해수위 차원에서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을 방문하든지, 기금에 참여하라고 뛰어다닐 테니 정부가 어떻게 기금을 조성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농해수위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장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을) 의원,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장과 농협발전소위원장에 경대수 자유한국당(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에 정운천 의원, 청원심사소위원장에 박주현 바른미래당(비례)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또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농해수위에서 사임하고, 이 자리에 같은 당 금태섭(서울 강서갑) 의원이 23일자로 보임해 새롭게 합류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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