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대부분 ‘자체 연구’  의존
정부 기술 보급·지원 등 절실

열대과일 특성 파악에 힘써
수정률 저하·냉해 등 위험 해결 
신규 농가 ‘시행착오’ 줄여줘야


국내에서 열대과일 재배면적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 국내 농업구조가 몇몇 소득 작물 재배에 몰려 있다 보니 가격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품목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열대과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특화고소득 작물로 추천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농가는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가들은 재배기술 부족, 유통경로 개척 어려움, 난방비 부담 등 애로사항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산농가가 알아서 하는 구조=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열대과일 재배면적 현황을 보면 패션프루츠 44.4ha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망고 32.5ha, 구아바 1.9ha, 용과 5.1ha, 파파야 4.6ha, 아보카도 2.9ha, 바나나 1.4ha 등으로 알려졌다. 최근 제주와 경남 지역에서는 바나나 재배를 시작했다는 농가들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일부 열대과일 면적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열대과일 재배농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성태 부연구위원이 열대과일 국내 생산 현황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재배기술 부족에 따른 생산 불안정이다. 다년간의 재배경험에도 불구하고 작물의 특성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해 수정율 저하, 냉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을철 기후변화에 따른 낙과 현상, 전용 농약 부재로 인한 해충 피해 등 다양한 어려움에 노출돼 있다. 다행히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와 각 도기술원이 패션푸르츠, 망고 등 과수 품종에 대한 재배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어 농가들의 피해 양상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성태 부연구위원은 “열대과일 재배 농가들은 시설투자비, 재배기술 부족, 한정된 소비시장 등으로 신규로 진입하는 농가들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는 국내 재배기술 연구 및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농가 대부분이 자체 연구나 타 농가로부터 기술 전수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재배기술 보급 등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품목 다양성을 위한 정책 마련 절실=국내 시설농업은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등 그나마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돼 있다. 과수도 사과, 배, 복숭아, 자두 등 탄탄한 수요층이 형성돼 있는 품목 재배를 선호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특정품목의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나거나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 침체현상이 나타나면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면서 소비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품목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단감이다. 단감의 경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수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만큼 주목을 받고 있으나 국내 소비량은 매년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이미 단감 주산지에서도 소비 둔화 등의 위기감을 느끼고 새로운 품종개발과 소비량 확대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선 농산물 중에서 국내·외 시장을 모두 선점하고 있는 파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도입 초기 1kg당 5000원에 육박했던 평균 도매가격이 3000원 내외까지 하락하면서 생산농가들은 상당한 경영압박을 느끼고 있다. 

강동규 경남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장은 “지난 3년간 건립된 첨단시설의 대부분이 파프리카를 재배하면서 시장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계속 시설이 늘어나면 소규모 농가들은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될 수밖에 없어 정책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경연 김연중 박사는 “수출중심의 농업분야 정책 추진은 새로운 시장개발 차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라며 “무엇보다 농가 소득 안정화를 꾀하고  다양한 상품을 요구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수입대체 품목 육성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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