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군의회가 ‘홍성군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20일 광천문예회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철원, 가축사육 제한구역 확대
축사 개축·재축·수선까지 ‘불허’
한돈협, 조례 개정 ‘위법성 검토’
제동 걸었지만 처리 가능성 남아

홍성도 가축사육 제한구역 손질
현행보다 ‘최대 6배’ 입법 예고
헌법상 기본 권리 훼손 의견도
"농가 생존 위협하는 개정 반대"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사육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축사의 개축·재축·대수선을 제한하고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확대하는 등 축산업 규제 강화에 나서 축산 농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개정으로, 상위법의 위임 한계를 초과하거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지역 축산업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헌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게 축산 농가들의 주장이다.

철월군 축산단체에 따르면 철원군이 관내에서 가축사육 농가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수준의 규제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개축·재축·수선까지 불허하는 내용의 ‘가축사육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 개정안에서는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주거밀집지역’의 판단 기준을 기존 ‘주택 간 거리 50미터’에서 100미터로 변경해 주거밀집지역의 범위를 확대하고, 가축사육 제한구역 이외 지역에서도 주택 경계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만 축사 설치를 허용하도록 했다. 또 저수지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400미터 이내 지역에서도 가축을 사육할 수 없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이들 조항대로라면 사실상 철원군 대부분이 가축을 사육할 수 없는 지역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서는 기허가 받은 축사의 개축, 재축, 대수선도 할 수 없도록 명시해 놓은 것이다. 기존에 가축을 사육하던 농장이 노후화되면 그대로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철원군의 가축사육 조례 개정안이 공개되자 지역 축산 농가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은 대한한돈협회가 법무법인의 위법성 검토를 통해 조례 개정에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지만 언제든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철원군의 조례 개정안은 축산 농가들이 더 이상 가축을 사육하지 말라는 것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상위법에 대한 검토 없이 축산업 규제를 위해 무분별하게 조례 개정에 나서고 있어 큰 문제”라며 “철원군의 조례 개정안에 대한 검토 결과 재산권 침해 등의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이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충남 홍성군도 군에서 축산 분뇨로 인한 악취 등 환경 개선을 근거로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현행 기준보다 2배에서 6배까지 강화하는 내용의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이다.

홍성군의 조례 개정안은 주거밀집지역의 기준을 주택 간의 거리가 100미터에 인접한 주택 수 12호에서 5호로 변경하고, 가축사육 제한 거리를 한우와 젖소는 각각 200미터와 300미터 이내에서 1300미터 이내로, 돼지 및 닭·오리는 1000미터, 600미터 이내에서 2000미터 이내로 새롭게 설정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지역 축산단체들은 홍성군 가축사육제한 조례는 환경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개정으로, 축산 농가들의 헌법상 기본 권리 훼손 및 홍성군 축산업 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헌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며 축산 농가의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홍성군 축산단체들은 특히 축산업 기반 붕괴로 인한 축산물 가격 폭등, 농촌 황폐화, 고령 축산농 생계 위협, 후계 인력 유입 감소 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20일 홍성군 광천문예회관에서 진행된 가축사육 제한구역 조례 개정안과 관련한 공청회에서도 나타났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한우농가는 “축산 냄새 민원이 많은 곳은 대부분 기업형 농장으로 평생 생업으로 이어 온 선량한 축산 농가들이 피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대다수 생업형 농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조례 개정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 축산 농가는 “분뇨 등 축산 환경 문제는 홍성군 내에 공공처리시설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축산 농가에 그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 문제 해결은 조례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지역 내 축산 규모에 걸맞은 공공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축사육제한 조례 개정이 홍성 지역의 농촌 후계인력 유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농가도 많았다. 축산 농가들은 “농촌지역에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축산업인데 이렇게 규제를 강화하면 어떤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오겠느냐”며 “조례 개정안은 정책적 연구나 지역 축산 현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축산을 ‘혐오산업’으로 보는 편견에 의해 만들어진 악법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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