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습도 민감한 유기질비료 
‘부숙도’ 맞추기 어려워 한숨
제조 과정 폭발 위험성도 커 

무기질비료 살포에 ‘물’ 필수
메마른 땅에 줘봐야 효과 없어
"상반기 매출 10% 전후 줄 듯"


폭염에 따른 비료업계의 고심이 심화되고 있다. 유기질비료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부숙도를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무기질비료 살포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첫 행선지로 폭염 피해 현장을 택하고, 국회가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심을 보이는 일련의 현상에서 ‘폭염’ 강도를 점쳐볼 수 있다. 이 같은 폭염은 비료업계도 걱정거리다. “유기질비료와 무기질비료 모두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농작물 일소피해로 비료를 살포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점,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서 비료 품질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 가뭄의 영향으로 비료를 뿌릴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제 역할’이 제약을 받는 이유들이다.

우선 유기질비료. 유기질비료업계는 ‘부숙도’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자칫 자가발효가 일어나 유기질비료 부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창고에 장시간 보관되고 있는 유기질비료나 농가로 유통 중인 유기질비료 등이 부숙도 기준에 미달돼 활용가치가 떨어진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류제수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퇴비와 같은 유기질비료는 숙성과정을 거친 비료로, 온도와 습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은 여름철 폭염에는 유기질비료 품질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유기질비료의 수분함량이 40%는 돼야 하지만, 올 여름에는 20%까지 떨어지기도 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기질비료 제조과정도 문제다. 퇴비를 통해 유기질비료를 만들 때 내부온도가 70~80℃까지 올라가고, 여기에 외부온도가 더해지면 가스를 내뿜는 유기질비료 특성상 폭발 위험이 높다. 환기를 하더라도 바깥 기온이 높아 공기순환 효과가 떨어지는데다, 주변 악취 민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유기질비료업체 관계자는 “폭발이 잦은 것은 아니지만 다칠 위험이 있어 폭염 속에서는 유기질비료를 만드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문을 열고 싶어도 민원을 생각하면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무기질비료를 살포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뭄이 더해졌고, 결국 무기질비료를 투입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 8월부터 서서히 2모작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마른 땅’이 유지되면서 파종 시기와 함께 비료를 뿌리는 시기도 점점 늦춰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기질업체 관계자는 “메마른 땅에 비료를 줘봐야 효과는 전혀 없기 때문에 폭염에 말라버린 땅을 보고 한숨쉬는 농가들이 많다”면서 “지금쯤이면 2기작을 위해서 비료를 뿌리면서 준비해야 하는데, 원예용 비료 판매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디고 있는 점에서 볼 때 여전히 다음 작기 채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들어서 폭염이 사라지긴 했지만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8월 말까지는 폭염이 예상되는데, 설령 폭염이 종료된다고 해도 비가 안온다면 당분간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무기질비료업계는 무기질비료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기질비료업계들이 폭염 피해를 낮춰주는 복합비료를 출시하고 있긴 하지만, 무기질비료 매출로 이어지는데는 아직까진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무기질비료 매출액 감소폭인 전년 대비 ‘3.5%’를 회복하는 데도 힘겨운 걸음이 될 것이란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조규용 한국비료협회 이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실적이 10% 전후해 줄어든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폭염 상황을 고려한다면 올 전체 매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무기질 비료의 정책적 지원도 다시 한번 검토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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