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3시간 밖에 못 자지만…“나는 게으른 농부”

▲  강상우 씨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재배하고 있는 콩 밭을 소개하며, 웃음 짓고 있다.

10년 전 콩 농사로 농업에 첫발
어성초 매력에 빠져 약초 재배
메주부터 수제비누·샴푸까지
다양한 가공품으로 수익 제고
‘내가 아는 것 알려 주자’
전국 누비는 인기강사로 활동 


“처음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40년간 집안에서 해오던 떡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었죠. 전자전기 쪽을 전공했었는데 말이죠.” 올해로 농업에 발을 들인지 10년을 넘긴 셈이 된다는 강상우(36세) 씨의 말이다.

전북 군산시 회현면에서 콩·어성초·자소엽 등의 농사를 지으면서 이를 원료로 한 비누·샴푸 등의 미용용품과 메주 등을 만들어 수익을 높이고, 인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강상우 씨는 ‘실제 하루에 2~3시간 쪽잠을 잔다’면서도 스스로를 ‘게으른 농사꾼’이라고 부른다.

집안 사정으로 대를 이어 해오던 떡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상우 씨는 그러나, 떡집일 이외에 자신만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떡집을 찾는 분들이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라 어떤 농사를 지으면 좋을지를 묻게 됐고, 자연스럽게 농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어떤 농사를 지을지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떡집을 찾은 인근 농민들에게서다.

“방앗간에 오시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귀동냥을 하면서 어떤 농사를 지으면 좋을지 고민했었고, 고민 끝에 콩과 고추가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이유로 “콩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면서 수익이 높았고, 고추는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수익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방앗간과 연계해 1차 가공을 해서 판매를 하거나 유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농사가 만만치는 않았다. 동네 분들에게서 자투리땅을 얻어 콩 농사를 짓다가 규모를 키우겠다고 복토된 폐염전을 빌려 농사를 지었는데, 첫해는 수해가, 둘째 해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들면서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했기 때문.

“20대이기도 했고, 힘도 들고 절망감도 커서 밭에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는 그는 “그런데 할아버지의 지인께서 용인에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하셔서 다시 농사를 짓게 됐다”고 했다.

집으로부터 거리가 200km 떨어진 용인에서 농사를 짓기란 결정하기 힘든 일.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영농계획서만 제대로 만들어 오면 땅은 무상으로 빌려주겠다는 말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새벽 4~5시에 인근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트랙터와 복토기 등을 빌려 트럭에 싣고 아버지가 출발하고, 저는 콩 심을 아주머니들과 한차에 타고 3일에 걸쳐 콩을 심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동네 분들은 농사를 그렇게 멀리서 짓느냐고 했지만 이 경험 이후 농사에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용인 이외 임실 등지에서도 농사를 지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를 있게 해 준 것은 콩이 아니라 약용작물 중 하나인 어성초. “콩 농사를 시작한 이유가 장류 쪽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는데, 가내수공업 형태로 콩으로 메주를 쑤어서 판매하기 위해 원료인 콩 농사를 지었던 것”이라는 그는 “그런데 이미 장류 쪽에서는 후발주자여서 특화되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약용작물 분야였다”고. 

약용작물자원관리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만난 것이 어성초. 50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되는 어성초 관련 책자를 하루 저녁에 다 읽을 정도로 어성초에 매료됐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가장 먼저 싹을 틔운 것이 어성초였던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는 점과 환경이 오염될수록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어성초 농사를 짓게 됐다”고 상우 씨는 말했다.

어성초를 심은 첫해 운도 따랐다. 어성초가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었기 때문. 하지만 상우 씨는 “내년에는 틀림없이 많이 심을 텐데 달리 방안이 없을까?”를 생각했다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제 비누를 만드는 공부였다. 어성초에서 성분을 추출해 내고 이를 접목해 수제 비누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

“약용작물은 재구매 기간이 상당히 긴데 길게는 1년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재구매 기간을 당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비누나 샴푸 등을 어성초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고.

강상우 씨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배우고 일로 하고 있는 일을 가르치는 강사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처음에는 농사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령사회가 되어가는 농촌에서 농업과 가공에 대해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는 점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는 그는 “틀림없이 농촌사회에서도 교육의 요구가 있고, 이런 일들은 누군가 해줘야 하는데, 누가 할 것이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강의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인기강사가 됐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1~2년 잠깐 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5~10년을 내다보고 한다면 농업은 그만큼 반드시 보상을 해준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리고 처음부터 ‘크게’보다는 해보면서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이 좋고, 또 남들이 좋다고 해서 할 것도 아니다.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열정적으로 나가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나는 운이 좋은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충분히 생각하고 스스로 중심에 서서 열정으로 마음을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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