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들지 않는 ‘자립형 매장’…농가에 더 큰 이윤 돌아가

▲ 조합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삼천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성태훈 과장, 소비자 온숙민 씨, 출하 농가 권세열 씨.

각 지점을 특성화시키며 이제는 대한민국 로컬푸드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지만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여러 지점 중 유독 조합원이 애착을 갖는 지점이 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네 번째 지점이자 전북 전주시 삼천동에 위치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삼천점’이 그곳이다. 조합원들의 직접 투자 속에 2015년 8월 8일 자립형 매장으로 출범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삼천점을 소개한다.

생산자·직원 조합원 직접 투자
2015년 매장 출범 이끌어
규모 작고 부대시설 부족해도
조합원 애착만은 ‘최고’ 자부

생산지와 떨어진 도심에 위치
고령농 위해 수집차량 운영

주요 인기품 ‘연중 동일 가격’
"소비자 신뢰 통해 가능한 일"  


▲생산자와 직원이 직접 만든 삼천점=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2014년 2월 주주총회를 통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 속에 직원 조합원이 100명을 넘어서고, 농가 참여도 늘어날 때 쯤 자립형 매장의 필요성을 느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생산자·직원 조합원이 직접 투자에 참여해 삼천점을 만들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삼천점을 관리하는 성태훈 과장은 “협동조합으로 전환 후 농가에 좀 더 많은 이윤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에 매장 임대료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자립형 매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생산자와 직원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투자해 자립형 매장인 삼천점을 만들게 됐다”며 “임대료 등 부수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농가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이 이윤은 모든 지점에 출하하는 농가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유로 규모도 작고, 다른 지점과 달리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협소하지만 조합원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이 삼천점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는 출하 농가 역시 같은 마음이다. 엽채류 위주로 50여개 품목을 재배하는 권세열 씨는 “삼천점은 직접 출자를 해 유독 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출자를 더 해서 이런 자립형 매장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 권 씨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출범하면서 전업 농업인이 됐다. 그 이전엔 조경수·분재 사업을 업으로 삼고 농사일은 직접 먹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취미 생활 위주였다.

이에 대해 그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출범하면서 판로 걱정이 줄어들고 소득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며 “처음에 비닐하우스 1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7동까지 규모를 늘려나가는 등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통해 농사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삼천점은 전주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타 지점보다 생산지와의 거리는 멀다. 그러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순회 수집차량을 운영해 고령농 등 불편한 출하 농가를 위해 상품을 직접 운송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성태훈 과장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특화된 점 중에 하나가 순회 수집차량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농가 조합원의 상품은 운송 후 진열까지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맞춤형 매장=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삼천점은 평일에 550~600명 가량의 고객이 찾고, 주말에도 650명 내외로 주말과 평일의 고객 수가 비슷하다. 이는 삼천점이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성태훈 과장은 “삼천점 주변엔 아파트단지가 많고, 특히 이제는 자식들을 객지에 떠나보낸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한다”며 “이에 주말과 평일 고객 수가 큰 차이가 없고 연중 꾸준히 지점이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르신의 주 소비 품목인 상추 등 엽채류를 비롯해 주요 인기 품목에 대한 가격을 연중 동일 가격으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상품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는 농가의 안정적이면서도 계획적인 소득으로도 이어졌다.

성태훈 과장은 “상추의 연중 가격이 1000원(200g)으로 이는 연초에 파종 규모나 출하 예측 등을 통해 결정된다”며 “상추 외에도 깻잎, 부추 등 인기 품목의 가격이 연중 동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소비자들이 상추 가격이 비쌀 때는 물론 쌀 때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이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물건을 사면 품질이 좋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소비자모니터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온숙민 주부는 3년 전 서울에서 전주로 이사를 온 이후 줄곧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그중에서도 삼천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온 씨는 “서울에서는 주로 대형마트를 찾다, 전주에 내려와 우연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알게 됐고, 이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다”며 “시부모님이 농사를 지었는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농산물은 시부모님이 지은 농산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소비자를 생각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다”고 설명했다.

온 씨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이용하면서 또 하나의 깨달음도 얻고 있다.

그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우리밀의 중요성, GMO의 인식, 식품 첨가물에 대한 관심 등이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이용하고 나서 알게 됐고, 적극적으로 알아가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런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 속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2014년에 이어 지난달에 또 한 번 대통령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4년 전엔 6차산업과 관련한 인정을 받았다면 지난달엔 협동조합으로선 전국에서 최초로 협동조합 유통단체 포상 대통령상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우수 농산물 직거래 사업장 인증까지 받는 등 대한민국 로컬푸드의 나아갈 길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제시해주고 있다.

한지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본부장은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더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이에 자만하지 않고, 로컬푸드 취지에 맞게 오로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라보며 농가엔 좀 더 나은 소득을, 소비자엔 좀 더 양질의 농산물이 제공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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