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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농식품부 장관에게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이미 소멸단계에 접어든 농촌 인구
‘골든타임’ 놓치면 더 이상 회복 불능
촌각을 아껴 농정개혁 추진 나서길


이개호 의원이 농식품부 장관이 되었다. ‘역시 국회의원들은 자기들끼리는 잘 봐주는구나’ 우리는 이런 한가한 관전평을 할 틈이 없다. 역대 최장 공석의 긴 농정 공백을 메우려면 그런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임 김영록 장관이 사퇴하고 149일 만에 신임장관이 임명되었다.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이후 농정의 수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빈 적이 있었는가? 현 정부가 농업을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를 알려주는 일이고 우리나라 농정은 대단히 한심하게도 장관이 없어도 큰 문제 없이 굴러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픈 사례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자. 만약 교육부 장관이 다섯달 동안 공석이었다면, 외교부장관이, 행정안정부장관이, 기재부나 국방부장관이 공석이었다 해도 나라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침묵하고 있었을까?

장관이 비어있는 동안 쌀값이 회복되자 우리 사회에는 ‘쌀값폭등’, ‘고공행진, 쌀값 안정 대책’이라며 쌀값에 대한 왜곡된 여론이 확산되는데도 농식품부는 ‘쌀값은 고공행진이 아니라 정상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보도문이나 성명서를 발표한 일도 없다. 오히려 장관이 없는데도 쌀값이 오른다고 안도하고 있었다. 최근의 쌀값은 18만원 정도인데 이는 박근혜 정부가 5년 전 설정한 쌀 목표가격 18만8000원에 겨우 접근하는 수준이며 이마저도 농식품부의 가격지지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2030년이면 우리나라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더 이상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인구절벽에 다다른다고 한다. 나라 전체의 인구는 2030년부터 급격히 줄어든다지만 우리 농촌의 인구는 이미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필자는 연초에 지금 우리 농촌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골든타임’의 중증외상환자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우리 농촌을 회생시킬 골든타임의 시간이라고 했고, 이 시간을 넘기면 다음에 어떤 유능한 정부가 들어서도 농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젊고 새로운 농민들이 농촌에 정착하도록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을 11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작하였고 지원자가 많아 추가 선발을 하기도 했다. 농촌 내에서 농업후계자가 재생산되지 못하고 농사를 지어서 버는 농업소득이 평균 천만원 정도 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외부 후계자의 유입을 통해 농업과 농촌을 유지하려 하는 절박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정책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그 동안 우리 농업을 이어왔던 고령농민들이 해마다 평균 5만명씩 자연감소되는 상황을 예상한다면 신규 농민은 해마다 최소 1만명 이상 유입, 정착하여야 한다. 대기업에 돈퍼주는 사업이라고 지탄받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으로 3000억원을 넘게 쓴다고 한다. 이 돈이면 현재의 청년 창업농 지원사업을 열다섯배로 키울 수 있다.

아직 미래가치가 입증되지 않았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스마트팜에 힘을 쏟기보다는 농민기본소득에 준하는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하여 기존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신규 창업농이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임 장관은 우리나라 영농 주체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중소농에 기반하고 농촌마을을 유지하는 협력의 공동체 농업으로 갈 것인가? 원격제어기술과 기계, 농업기술자가 농사짓는 기업농 체제로 갈 것인가? 장기적인 농업 생산력의 유지를 위해, 인구의 분산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중소농의 협력농업으로 가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식량계획(푸드플랜)을 세우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그 동안 농업계는 소통과 협치의 농정을 요구해 왔다. 농업을 살리는 지혜는 관료와 공무원 사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약속하였다. 민·관·농업전문가의 협력을 통한 농업 회생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농특위의 설치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대통령의 ‘농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도 이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할 일이 많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난 다섯달 동안의 농정공백을 메우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시간,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농정개혁을 추진하려면 촌각을 아끼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다음 세대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지키는 디딤돌 농정을 수행하여야 한다. 신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 글을 농업계의 따가운 환영사로 새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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