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페이스북’(Facebook)을 한다. ‘헤비유저(heavy user)’는 아니고, ‘눈팅’을 즐긴다. 농어업 전문 언론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페이스북 친구’(페친) 중에는 농어업 분야 관계자들이 꽤 있다. 사적이면서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이 공간에서 때때로, 굉장히 솔직한 농업 관련 얘기들이 오고갈 때가 있다. 요즘 나온 말 중 ‘솔까말’이라는 게 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를 줄인 말이다. ‘솔까말 농정’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면 어떨까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 전, 장장 5개월여 만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의 취임식이 열렸다. 여러모로 농업계의 기대가 크다. 공식적인 ‘오프라인’ 자리에선 더더욱 그렇다. 장관 지명에 관련 단체들이 앞을 다투며 ‘환영’ 성명을 쏟아내는 곳은 농업계가 아마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신임 장관이 왔으니 나아지겠지”하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뒤집어 보면 농정 당국이 그만큼 농민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겠거니 여겨진다.

온라인에선 걸쭉한 농도의 ‘솔까말’ 얘기들이 오고간다. ‘오프라인’과 온도차가 크다. 장관 임명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보여준 농업을 대하는 철학과 태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감정들이 얽히고설켰다. 최근 페이스북엔 의미심장한 글이 눈에 띄었다. 작성자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고, 가급적 있는 그대로 옮겨봤다.

“다음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임기를 정해놓은 장관의 행보는 취임과 동시에 농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며 취임 당일 과수 일소 피해농가, 육계 폭염 피해농장을 형식적으로 방문해서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기보다는 공무원들의 보고만 받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난 장관님이 내팽겨 쳐버린 농정개혁위원회도 유명무실해졌고 전국의 농민들은 여의도에서 농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업계가 정말 고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농정의 근본적 틀이 바뀌기는커녕 뒷걸음을 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임 장관 취임과 동시에 농정개혁위원회는 그 위상과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봅니다. 전혀 다른 틀과 위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에 많은 반응이 달렸다. “농업이 천덕꾸러기인 나라, 농림부 장관은 정권의 논공행상 철새들의 자리”, “장관이 딴 데 가기 위한 스펙을 쌓는 곳인가”,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데 청와대엔 바꿔줄 사람이 없나 봅니다”, “근본을 볼 줄 모르는 농정책, 늘 그자리이네요”와 같은 얘기들이다. ‘농업 홀대’, ‘농정 적폐’ 얘기도 있다.

‘역대급’ 폭염에 절절 끓고 있는 농업 현장의 정서가 찬 서리 마냥 싸늘하다. 이번엔 도저히 ‘눈팅’으로만 넘길 수 없었던 이유다. 농정개혁을 부르짖는 농업계의 갈망을 바라보는 농정 당국의 ‘눈팅’도 이제 멈출 때가 됐다.

고성진 농정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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