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화마을 주민 이준구 씨가 산비탈을 깎아 조성하고 있는 주택 공사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산비탈 깎아 택지개발 공사
산 아래 주택·밭은 ‘침수피해’ 
길 바로 옆 석축 쌓아 불안감도
개발허가 과정도 석연찮아

일부 주민 부동산 투기 의혹

조용한 농촌마을이 전원주택지 조성 문제로 시끄럽다. 이곳 주민들은 택지 개발 공사로 침수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개발 허가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경북 고령군 중화리로, 중화저수지 인접 임야 일부를 개발해 주택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6일 중화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한 쪽엔 ‘귀농·귀촌 한다고 하더니 산림훼손과 부동산투기가 웬말이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마을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에 따르면 택지 조성을 위해 울창한 산림을 배어 산을 깎아 놓은 탓에 비가 내리면 산 아래 주택과 밭에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길 바로 옆으로 부지 조성을 위한 석축을 높게 쌓아 불안감이 든다는 것. 최근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석축을 2단으로 다시 쌓아올리는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귀농·귀촌인들이 와서 자리 잡기엔 적합하지 않고, 개발 허가가 난 것도 이상하다는 것이 주민들 설명이다.

주민 A씨는 “비탈진 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건축업자들도 허가가 난 게 이상하다고 할 정도”라며 “중화저수지를 내려다보며 살긴 좋을지 몰라도 농사짓고 살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곳은 전 산주가 택지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받지 못한 곳인데, 땅 임자가 바뀐 뒤 개발 허가가 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임야 매매는 2015년 이뤄졌는데, 관련 토지 지분 중 일부를 당시 군청 공무원이 매입했고, 이곳 개발행위 허가는 이듬해 2월 이뤄졌다. 이 공무원은 토지 매입 시점에서 약 20여일 뒤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공무원이 퇴직했기 때문에 감사 조사로 확인될 사항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공무원은 지난해 8월 3000만원의 차액을 남기고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상태다.

주민들은 이 전원주택지 개발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한다. 해당 토지 매매가 이뤄질 당시인 2015년엔 중화마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으로 중화저수지 수변 개발이 시작됐고, 이 사업과 맞물려 전원주택지 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마을 주민들 공사 과정에서 산림 훼손 등 불법사항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사 중단 및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 B씨는 “농민들은 새벽부터 나가 일해도 손해 보기 일상이다. 그래도 농촌을 지키는 것은 농민들인데 농촌마을이 부동산 투기장이 돼 버리면 곳곳에서 토착민들은 밀려나고 귀농·귀촌을 빙자한 땅 장사가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농촌지역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이 같은 개발행위 허가도 함께 늘어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촌에 빈집이 넘쳐 나는데 굳이 산림을 훼손해 가며 택지 개발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귀농·귀촌도 중요 하지만 토착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령군청 담당자는 “민원이 제기되는 곳은 산지전용과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건축이 진행되는 곳으로, 진행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건축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생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민원 발생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령=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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