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8월 1일부로 도매시장에서의 배 거래 표준규격이 15kg에서 10kg로 전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락시장에서 현재 15kg으로 거래되고 있는 배 상자를 경매 후 옮기고 있는 모습.

1~2인 가구 대응 ‘소포장화’
내년 8월 1일부터 적용키로
정부·배연합회, 교육·홍보 힘써

▶찬성측
사과·복숭아·참외 등 성공 정착
단위 전환 후 단가 상승 불러와
주 판매처 유통업체서도 원해

▶반대측
맛이나 농법 개선이 우선 
기존 상자 폐기·적재 어려움 등
물류비 상승 우려 목소리 커


정부와 한국배연합회가 내년 8월부터 도매시장에서의 배 거래 표준규격을 15kg에서 10kg상자로 전환키로 했다. 이를 놓고 배 업계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산지에선 소비 촉진과 단가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는 곳이 있는가하면 물류비 증가와 촉박한 시기 등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곳도 상당수다. 도매시장 유통 종사자 사이에서도 15kg에서 10kg으로의 조정에 대한 찬반이 뚜렷이 나뉘고 있다.

▲배 거래 규격, 10kg상자로 전환=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배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8월 1일부로 도매시장에서의 배 거래 표준규격을 15kg에서 10kg으로 전면 전환한다. 2015년 8월 15kg상자로 거래됐던 사과를 10kg상자로 전환한 이후 4년 만에 배도 10kg상자로 조정키로 한 것이다. 1~2인 가구 증가 속에 농산물 소비·유통 트렌드가 소포장으로 옮겨가고 있고, 극도로 침체돼 있는 배 소비와 시세도 살리기 위해선 배 거래가 소포장화 돼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와 배연합회의 거래 규격 전환 취지다.

▲찬성 입장=15kg에서 10kg으로의 배 거래 규격 전환을 찬성하는 이들은 농식품부와 배연합회와 시선을 같이하고 있다. 소포장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고, 이미 사과와 복숭아, 참외 등 여러 품목에서 10kg으로 거래 규격 단위를 전환한 후 단가 상승을 불러오는 등 성공적으로 정착했기에 배도 10kg 거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도매시장 A경매사는 “사과도 10kg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결국 단가도 올랐고, 비교적 도매시장에서 정착도 잘 됐다”며 “배는 10kg 전환이 이미 늦은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배 단가를 높이고 소비도 다양화시키기 위해선 10kg 거래가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배 농가 B씨는 “배 소비의 주 판매처인 유통업체에서도 10kg 포장을 원하고 있다”며 “몇 년째 배 소비가 극도로 침체돼 있고, 시세도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 포장 단위 소형화는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할 과제였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10kg보다 우선시할 게 배산업엔 산적해 있다는 것이 반대 입장의 주요 논리다.

도매시장 C경매사는 “사과나 복숭아 등 다른 품목은 지속적으로 소비가 침체되지 않았다”며 “배 소비 활성화를 위해선 맛이나 농법 개선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포장 단위만 바뀐다고 배 소비가 호전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10kg 전환을 반대하는 산지 관계자들은 촉박한 시기, 물류비 상승, 이미 5kg과 7.5kg 유통, (과 크기가 큰 배 특성상) 적재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배 농가 D씨는 “15kg에서 10kg으로 전환하면 한 차에 실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게 되고, 기존 상자는 폐기해야 하는 등 물류비가 늘어나게 돼 있다”며 “당장 내년 8월부터 시행하기엔 시기도 촉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배는 인터넷 직거래에선 5kg이 정착돼 있고, 7.5kg도 있는데 굳이 10kg상자를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10kg상자에 배를 담기엔 가로와 세로를 줄여야 하는 등 기존 상자와 형태가 달라져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배연합회 대응 및 계획=농식품부와 배연합회는 반대 입장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들어 개선하거나 대응해나가는 한편 집중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10kg 거래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김성동 한국배연합회 사무국장은 “물류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론 충분히 소비와 단가 상승으로 산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5kg, 7.5kg, 10kg 등 여러 규격이 있으면 유통업체로의 배 판로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시행이 이르다고 하는데 이미 2014년부터 논의가 이뤄졌고, 계속 미루다보면 언제 정착될지 요원해진다”고 밝혔다.

김기주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배가 커서 10kg으로 맞추기 어렵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중소과를 원한다. 중소과 배를 늘리기 위해선 10kg 포장이 적합하다”며 “15kg으로 제작해 놓은 박스가 30만장 정도로 추정돼 1년 안에 소진할 수 있다고 봐 1년 유예를 두고 내년 8월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정부에선 물류 효율성과 취급 편리성을 중심으로 두고 교육과 홍보를 병행해 10kg 정착을 유도하겠다”며 “배산업 발전을 위해선 지베렐린 처리 제한과 소포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산지에서도 15kg 박스를 올해 안에 소진토록 해 내년부터는 새로운 규격에 맞춰 출하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김경욱·김영민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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