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묘목 사업 6년, ‘저녁이 있는 삶’ 찾았다

▲ 정홍은 대표가 부친과 함께 과수 묘목장을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3대째 묘목 업
70년 노하우로 연 10만 수 생산

글로벌 소비 패턴 발맞춰
미니 사과 묘목 생산 등 주력
체리 품종 전문가 부족 아쉬워

아내·두 아들도 농촌생활 만족
"젊은이들 농촌서 할 일 많아"


경북 경주시에서 과수 묘목 사업을 하고 있는 정홍은 미래종묘 대표(39세)는 농촌에서는 신세대에 속한다. 농촌사회 연령대를 고려하면 한마디로 새파랗게 젊은 나이이지만 벌써 6년째 사과, 복숭아, 자두, 살구, 체리 등 과수 묘목 사업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경북 경산에서 묘목 업에 종사했던 가업을 이어받아 70년 동안의 노하우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 연간 생산하는 묘목 규모는 10만 수에 달한다.

정홍은 대표는 “묘목산업은 대목을 생산한 다음 적합한 열매 과수를 접붙여야 비로소 경제적인 수목으로 거듭 난다”라며 “국내의 경우 품종 개량 기술개발이 취약하고, 그동안 해외에 많이 의존해 오면서 경쟁이 심할 뿐 아니라 개인 역량이 중요한 분야다”라고 나름 분석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묘목산업 분야에서 버티고 있었던 배경은 글로벌 소비 패턴에 맞춘 수목 생산에 주력해 온 덕분이다.

정 대표는 “우리 과일은 제사나 선물 등으로 대과를 선호하지만 해외는 먹기 좋은 크기를 좋아하고 깎아 먹는 것도 싫어한다”며 “이러한 소비 패턴은 국내에도 정착될 것이라고 판단해 미니 사과 묘목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체리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 증가하자 국내 기후와 품종에 맞는 대목을 찾고 있다. 반면 체리 품종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 부족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경제적인 수목이 되기 위해서는 체리에 적합한 대목을 찾아 화합 및 불화합성까지 분석해야 한다”라며 “개인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시행착오까지 겪기에는 위험 부담이 높아 정부와 연구 기관이 나서준다면 농가 소득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종묘의 대표적인 특징은 높은 신뢰성에 바탕을 둔다. 어떤 묘목이든 생산 및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아무리 좋은 대목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농가에서 피해를 입게 된다”라며 “시범 농장을 만들어 직접 과일 과정을 거친 다음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재정적인 투자비용이 높아지고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만 생산 후 판매 원칙 방식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선진 기술인 특수화분에 재배하면서 육체적인 고단함은 많이 해소 됐다고 한다.

그러면 정홍은 대표는 왜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농업에 인생을 걸게 된 걸까? 그의 이력을 보면 독특하다. 체육특기 대학인 용인대학에서 유도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는 대학원에서 범죄학을 전공했다. 귀국 이후 대학교수를 꿈꾸며 박사 학위 준비까지 진행했다. 그러다가 마음이 가는 이성을 만났고, 결혼하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정홍은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회자될 때가 있었는데 도시생활에서 느낀 점과 가정을 꾸린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며 “어린 시절을 봐도 농촌에서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고 저녁 시간이 자유로웠다. 그리고 나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내 시간을 가지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물론 아내인 최수지 씨에게 먼저 동의를 얻었고, 승낙을 받은 다음 농업으로 전업하게 됐다. 지금은 아들 준수, 민수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도 아내는 남편을 신뢰하며, 농촌 생활에 아주 만족한단다.

결혼 이후 부친의 가업을 이어 가고 있지만 무턱대고 경제적인 지원을 받은 것을 결코 아니다. 정홍은 대표는 “저보다 먼저 종묘업을 시작한 형님 밑에서 3년간 일을 도와주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종묘사업 준비도 꾸준히 했다”며 “그 과정에서 사업 노하우도 배웠지만 농업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농업과 농촌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성공을 거둬서라기보다 젊은이가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홍은 대표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오면 할 일은 많다. 마음을 열고 주위사람과 함께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며 “특히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익힌 재능이 농촌에서는 의외로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농업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라고 권유했다.

정홍은 대표는 국내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산하 경주시연합회 사무차장도 맡고 있다. 농민 단체로 간부로 활동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우선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젊은 청년들이 쉽게 농촌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싶다.

정 대표는 “농업경영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나름 인정받고 다각적인 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귀농·귀촌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농업인단체가 이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 나간다면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조기에 정착할 수 있기에 내가 맡은 위치에서 역할을 고민하고 추진해 나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