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득 실은 ‘이동식 직매장’, 소비자 앞까지 달려갑니다

▲ 소비자를 생각하고 농업인을 배려하는 행복나눔터인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생산자, 소비자, 농협이 함께 했다. 사진 왼쪽부터 생산자 이숙 씨, 소비자 김인영 씨, 소비자 이옥희 씨. 사진 오른쪽은 장상봉 장장.

생산자는 생산에 기쁨을 느끼고, 소비자는 소비에 만족해하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행복나눔터라고 불린다.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시 소비자들이 가까이에서 농업을 이해하고, 생산자는 그런 소비자를 위해 생산에 더욱 정성을 기울인다. 도농 상생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이해의 시작이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찾았다.


aT 지원받은 이동차량으로
매장 방문 어려운 곳 직접 찾아
외곽지역 아파트 단지 주민
"1주일을 기다렸다" 반겨
 
약정 농가 570곳, 270여 품목 
소규모 농가 판로 확보 큰 힘
강서시장 경락가·aT 등 참고
적정 가격 제시로 신뢰 쌓아


▲지역 대표 직거래 장소로 발돋움=2014년 5월에 문을 연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고양시 최초, 경기도에서는 두 번째로 생긴 로컬푸드직매장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을 설립할 당시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바로 생산 농가들 모집에 애로를 겪은 것이다. 실제로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할 계획을 세우고 자체 농가 교육을 시작했더니 교육 수료 농가가 87농가에 불과했다. 농가들 사이에서 로컬푸드직매장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파다했다. 당장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겠냐는 의문이 컸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변했다. 초기 87농가에서 생산된 40~50여 품목을 매장에 진열했더니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판매가 일어났고, 농가들 사이에서 출하를 하겠다며 농협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후 농가 교육을 추가로 실시했는데 무려 170명이 몰렸다. 현재까지 교육을 수료하고 출하 약정을 맺은 농가는 570농가에 달한다. 농가수가 늘면서 품목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현재는 직매장에 출하되는 품목이 많게는 270여 가지가 된다. 이 가운데 150여 품목은 연중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상봉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장장은 “현재 매장이 과거에는 하나로마트였다. 하나로마트를 통해 경쟁 사업장과 비교해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소규모 농가들의 출하처 확보라는 역할도 하고자 했는데 사실 미진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지금은 지역의 농산물 직거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부심은 지역 소비자들의 요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매장 방문이 어려운 곳에는 이동차량을 설치해 로컬푸드 농산물 판매를 하고 있다. 이동차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원을 받았다. 이 이동차량을 이용해 관내 외곽 지역의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고 있다. 현재 1주일 가운데 4일을 이동식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직매장 운영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단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 단지 소비자들이 “1주일을 기다렸다”는 말에 축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장상봉 장장은 “처음에는 현수막이나 차량 스티커 부착 등을 통한 홍보를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관내는 물론 외곽 지역까지 알려지게 됐다”며 “특히 외곽 지역의 이동식 직매장 확대 요구가 있지만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우수 사업장으로 인증을 받은 것도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인증사업장이나 사업장 출하 농가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더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이는 후발 주자들도 더 열심히 노력해 인증사업장이 되도록 분발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존과 상생의 로컬푸드 실현=“농민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니까 농산물을 함부로 다뤄서도 안 되고, 가격도 깎기보다는 제 값을 주고 사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요.”, “로컬푸드직매장은 종합병원이에요. 다양하고 좋은 농산물을 살 수 있고, 좋은 농산물을 먹으니 건강까지 좋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종합병원이죠.” 소비자 김인영 씨와 이옥희 씨가 로컬푸드직매장을 이용하면서 느낀 점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키우는 것이 사실 너무 힘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키우는 것보다 더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어요.” 생산자 이숙 씨는 소비자들의 말에 이 같이 대답했다.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생산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존과 상생을 지향하고 있다. 생산자와 생산자의 공존을 위한 방안의 하나가 적정 가격의 제시다.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농협 안성물류센터의 도매가격과 강서시장의 경락가격, aT의 소비자 가격을 게시한다. 이 가격을 참고해 농가들이 출하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낮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할 경우 농가 지도를 한다. 이유는 너무 낮은 가격일 경우 해당 농가의 농산물만 판매될 수 있고, 가격이 높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농가로 인해 전체 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농가 지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에 농가들도 쉽게 수긍을 한다. 손해를 일부 보더라도 전체 농가들이 공존해야 로컬푸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나 품질에서도 소비자와의 상생은 필수다. 한 달에 한 번씩 로컬푸드협의회를 운영하는데 여기에서 소비자들이 품질과 가격 부문을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김인영 씨는 “요즘 폭염에 얼마나 덥냐. 농민들의 검게 탄 얼굴을 보면 고결하게 보일 정도다. 존경스럽다”며 “오후에 매장에 와서 물건이 없으면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물건이 남아 있으면 농가들이 회수해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이옥희 씨 역시 “매장에 농산물을 진열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없다”며 “로컬푸드가 더 활성화돼서 농가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이 더 좋은 가격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가 농산물 생산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생산자는 좋은 농산물 생산으로 보답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곳, 바로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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