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돈수의사회가 지난 6일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과 관련한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중국 심양까지 확산
감염되면 폐사율 100%
백신·치료제 등 아직 없어


돼지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 인근인 중국까지 확산돼 양돈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단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하는데다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 없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요녕성 심양시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농장 내 돼지에 대한 살처분과 함께 긴급 방역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은 중국에서 발생한 첫 사례로,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되면 고열과 식욕부진,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급성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4~5일이면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증상 발견 뒤 하루, 이틀 사이 폐사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오랜 기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연구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열이 41℃이상 올라가면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같이 위험성이 높은 바이러스인데도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질병 발생 시 확산을 막을 방법은 살처분이 유일한 실정이다. 그나마 소독제는 효과가 있는 만큼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노출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차단방역과 소독을 통해 국내 유입을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안 주춤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07년 조지아에 다시 등장한 후 동유럽과 러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는 러시아와 몽골 국경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북한과 인접한 중국 심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북한지역과 우리나라로 전파될 위험성이 높아졌다. 한 양돈 전문 매체가 중국 발생 후 국내 양돈수의사 66명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83%가 3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한국양돈수의사회는 지난 6일 건국대 수의과대에서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인 위르겐 리히트(Juergen Richt) 미 캔자스 주립대 교수는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경계할 부분으로 △중국 돼지고기 제품 △열처리하지 않은 중국 돼지고기 △중국에서 나온 잔반 급여를 꼽았다. 유럽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형태를 보면 질병 매개체인 물렁진드기에 의한 전파보다는 감염된 돼지와 돼지고기 제품의 이동이나 감염된 돼지고기 제품이 들어 있는 잔반 급여를 통한 감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위르겐 리히트 박사는 “신고하지 않고 중국에서 밀반입되는 돼지고기 및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검역 강화와 함께 선박이나 비행기에서 제공하고 남은 음식의 잔반 처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의 이동도 주요 전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중국 발생이 우리나라에 더 위협적인 이유다. 심양과 불과 200km 거리에 있는 북한은 가축 질병 예방 및 방역에 취약해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 경우 야생 멧돼지를 통해 남한으로 질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나라는 멧돼지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시 빠른 시간에 전파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위르겐 리히트 박사는 “동유럽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은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야생 멧돼지는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활동 반경이 넓기 때문에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될 경우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남한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간담회를 주관한 류영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은 사견을 전제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한 번 국내에 발생하고 나면 다시 양돈 산업이 안정화되기까지 3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및 국내 양돈 전문가, 농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라 중국산 돼지고기가 여행객을 통해 우리나라로 밀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검색 및 검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을 방문 중이거나 방문 계획이 있는 경우 돼지농가와 가축시장 방문, 귀국 시 축산물 반입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긴급행동지침을 만들어 관계부처 의견조율을 끝낸 상태”라며 “이달 중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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