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부터 열대과일 국내 재배 속속

▲ 국내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애플망고를 한 소비자가 향을 맡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배지 확산
광양·곡성, 안동, 의령 등서
파파야·구아바·파인애플 등 생산 
소비지 ‘신선하고 안전’ 평가
고정 수요로 판매 여건 정착


1990년 초반부터 수입과일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소비자 입맛이 따라가고 있다. 특히 가족단위 해외여행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과 아이들의 수입과일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국내 일부 농가들은 수입과일 소비층을 겨냥해 온대, 열대과일 재배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이들 과일들의 생산 지역은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재배면적 증가=지난 5월 경남 하동과 진주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가가 소개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생산된 열대과일은 개방화 시대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되나 농가들은 새로운 품목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품목에 도전하는 농가들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오렌지, 바나나, 포도, 체리 수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과수 생산농가들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체 품목을 고민해 왔다. 제주도 지역 농가들은 오렌지 수입 여파로 2000년 초반부터 애플망고, 바나나, 오렌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경북지역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포도와 체리 수입 확대에 대비해 김천, 경주를 중심으로 체리 재배면적이 상당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재배지역과 품목이 더욱 다양해 졌다. 제주에 국한됐던 열대과일이 전남 광양·곡성, 경북 안동, 경남 의령 등으로 확산되고, 품목도 패션프루트를 비롯해 파파야, 구아바, 아보카도, 용과, 아떼모야, 파인애플 등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현재 체리 재배면적은 전국적으로 약 500ha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표적인 열대과일 재배면적도 약 110ha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지구온난화, 소비자 기호도 변화,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노동자 등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재배면적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비롯한 각도 농업기술원은 국내 재배환경에 적합한 품종 개발, 재배기술 연구 및 보급, 조리법(레시피) 개발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농진청 중심의 연구사업, 일부 지방자치단체 시범사업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품목을 전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원도 양양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익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감사는 “30년 전 아버지께서 일본에서 도입된 체리를 1주당 2만~3만원 주고 50주를 식재했다”라며 “그동안 폐사한 나무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면서 전적으로 우리 선택과 자금으로 이어오고 있는데 대부분 농가들이 같은 처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크지는 소비지 시장=국내에서 수입과일을 대체한 품목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다행스럽게도 소비지 시장까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보다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평가로 인해 매년 고정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마켓을 비롯해 대형유통업체에서는 국내산 열대과일 판매 여건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형유통업체 중 하나인 롯데마트는 국내산 열대과일 마케팅 전략 추진 및 소비량 분석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산 열대과일 생산량과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별 작목반 중심의 소규모 생산 및 판매 체계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해 전국 20개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에 나선 것이다.

롯데마트 송태경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최근 3년간 국내산 열대과일 소비동향을 보면 바나나는 150~200%, 국산체리도 87~100% 성장했다”라며 “국내산 열대과일은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 소비자에게 판매되다보니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수입산에 비해 높은 소비자 가격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농협유통 문정용 홍보실장은 “하나로마트 양재동에서는 매년 제주산 애플망고와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애플망고 개당 소비자 가격이 1만5000원 정도여서 대량 소비되기에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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