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 충남대 교수

양분손실 줄인 고품질 고농도 액비로
가축분뇨 영양물질 작물에 공급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 모색을


축산업계의 부단한 노력과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 덕분에 전체 농림 생산액 중 축산분야 비중이 약 40%를 상회할 정도로 우리나라 축산업은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환경오염 및 악취 등의 문제는 축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일부 국민들에게는 축산업이 환경저해 산업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환경보전 및 정주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가축분뇨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고서는 축산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에서는 가축분뇨를 폐수가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는 개념을 도입해  퇴·액비로 자원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가축분뇨의 약 91%를 자원화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가축분뇨 자원화 비율은 매우 높다. 가축분뇨 자원화 비율이 높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가축분뇨 자원화율 보다는 이러한 결과들이 가축분뇨 퇴·액비를 사용하는 경종농가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가축분뇨 전량을 자원화할 경우 질소질 화학비료의 87%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축분뇨 자원화율은 2010년과 2016년 사이 85%에서 91%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1ha당 화학비료 사용량은 233kg에서 268kg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와 같이 가축분뇨 자원화 비율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화학비료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가축분뇨 처리에 중점을 둔 기존의 양적 성장형 자원화 정책에서 경종농가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양질의 퇴·액비를 공급할 수 있는 질적 성장형 자원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제적으로 최대한 많이 처리하는 것을 우선시 하였으므로 가능한 비효성분을 낮추도록 처리해 시용량을 높이는데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비료공정규격에서 가축분뇨발효액의 질소, 인산, 칼리 각각의 성분 합계량을 0.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액비의 비효성분 기준이 낮다 보니, 국내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에서는 양분 손실이 높은 액비제조 공정이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액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질소의 약 50%는 암모니아의 형태로 손실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축분뇨발효액의 비효성분이 낮다보니 경종농가의 입장에서 볼 때 화학비료 절감효과가 낮은 액비를 시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시비처방서에 제시된 살포량 보다 많은 양의 액비를 살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축분뇨 액비화를 통한 자원화율은 2016년 기준 약 1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 약 15년 동안 가축분뇨 액비화 정책에 공을 들여온 것에 비해 액비화를 통한 가축분뇨 자원화율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액비 수요처를 확대하고 가축분뇨 액비화를 좀더 활성화하기 위해 경종농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고품질 고농도 액비를 생산·보급하는 정책을 개발할 때가 되었다.

고품질 고농도 액비 보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된다면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로 하여금 양분 손실을 줄여줄 수 있는 처리공정을 도입하도록 하는 기술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양분 손실을 줄인 고품질 고농도 액비화기술이 보급된다면 비료자원 활용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에 따른 환경적 혜택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환경오염을 초래하지 않는 수준에서 가축분뇨에 함유된 영양물질을 작물에 최대한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경종농가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액비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품질 고농도 액비를 생산·보급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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