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스마트·첨단농업 반대하지 않지만
‘왜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성찰 없다면
우리 농업 잃어버린 몇 십년 맞을 수도


첨단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도시농업, 식물공장, 스마트팜, 로봇 자동화, 드론 등 다른 산업 못지않게 요즘 우리 농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들이다. 농업계에서 아직은 젊은 세대라 생각되는 나도 이런 단어들이 가끔 두려워진다.

요즘의 정책을 보면 예전 TV에서 보았던 동화가 자꾸 떠오른다. 도시에서 성공한 장년의 사업가가 삶의 허전함으로 바닷가에 여행을 갔다. 바닷가에서 낚시질을 하는 청년에게 왜 낚시질을 하는지 물었다. 청년은 가족들과 저녁 반찬꺼리로 고기를 잡는다고 하자 사업가는 청년에게, 낚시보다 그물로 잡아서 돈을 더 벌고, 그 돈으로 다시 배를 구입하여 더 많은 돈을 벌고, 그리고 통조림으로 가공하면 더 크게 벌 수 있다고 조언을 했다.

기대에 찬 청년은 사업가에게 질문을 한다. 그렇게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사업가는 “가족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지”라고 대답한다. 청년은 그냥 하던 낚시를 계속하면서,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집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그 많은 사업 끝에 힘들게 얻은 것을, 원래하던 작은 일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동화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끔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첨단 온실의 환경을 제어하는 스마트팜을 시연하고, 국무총리께서는 세계 최고의 네덜란드의 첨단 온실을 방문하는 등 스마트 팜이나 식물공장, 첨단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에 정부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농촌의 논밭을 벗어나 도심 속에서 LED조명과 양액, 모터와 반도체가 빅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작물을 재배한다는 첨단 도시농업의 식물공장에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도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변화가 무조건 싫다거나 스마트나 첨단이라 불리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심의 첨단 식물공장에서 상추를 재배하면 지금보다 무엇이 좋아질까? 식물공장은 햇볕을 대신한 인공조명의 빛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빛이 덜 필요한 엽채소를 주로 재배한다. 무한한 햇빛이 쏟아지는 농촌의 온실에서 건강하게 그냥 재배해도 되는 것을, 고비용의 투자를 하면서 대안을 생각할 정도로 가격이 크게 높지도 않은 상추를 생산하는 것, 탄소를 배출하는 비싼 전기를 투자하면서 도심의 최첨단 시설에서 굳이 생산하는 것이 농업과 농촌에 무엇이 더 발전될 것인지 한참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얼마 전 세계최고라는 네덜란드의 도시형 온실그룹이 파산했다. 또 1980년대부터 붐을 이루고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은 400여개의 일본 식물공장 역시 오랫동안의 경험 속에서도 파산과 폐업을 반복하며 25%가량의 공장만이 겨우 타산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그 공장들에 비례해 사라진 농촌마을은 다시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스포츠든, 공은 선수가 생각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친 곳으로 간다. 이길 수 있는 방향을 잘 선택하고, 선택했던 방향으로 잘 쳐내는 감독과 선수를 흔히 ‘명장과 프로’라고 말한다.
스마트한 하드웨어의 발전과 기술적인 진보가 첨단 농업의 목적인지, 수단인지, 그리고 ‘왜 하는지의 본질과 어디로 가는지의 방향’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면 우리 농업· 농촌은 잃어버린 몇 십 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최근 ‘스마트팜 혁신밸리’ 의 관심과 논쟁도 뜨겁다. 국경 없는 넓은 수출시장 속에서, 발전이라던 규모화로 가격과 이익률이 떨어지고, 그래서 더 큰 규모화를 해야만 경쟁이 가능한 네덜란드의 농업환경과, (바다와 DMZ만 접하고 있는) 농산물의 섬나라 같은 우리 농업환경은 다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농업과 농촌에 왜 필요한지 방향을 다시 살펴보고, 생각한 방향으로 잘 갈 수 있는 ‘명장과 프로’, 그리고 ‘디테일한 전략’이 잘 준비되어 있는지 다시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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