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가 추석 사전 예약판매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추석에 과일값이 높다는 섣부른 전망이 이어져 과일 선물 시장에 타격이 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농협유통이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행사 모습.

한파·폭염으로 작황 악화 이유
가격 급등 예측보도 잇따라
사전 예약판매 들어가는 시기
선물용 소비 ‘악영향’ 우려

유통업계 “대과 비중 충분”
늦은 추석에 당도도 높을 듯
수확기 기상이변 없는 한
추석 물량수급 양호 ‘한목청’


추석에 과일값이 금값이 될 것이란 전망과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추석 과일 소비에 때 이른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무엇보다 조만간 추석 예약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명절 대목 주요 소비 축인 선물 수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과일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과일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수용 과일 위험하다’는 등 추석과 관련된 과일 가격 전망과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봄철 한파, 여름철 폭염 등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와 낙과로 인해 추석 주요 제수·선물용 과일인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과일업계는 최근의 추석 전망이 시기상조임은 물론 한편으로 쏠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시장에선 출하 물량은 줄어들 수 있어도 추석용 주 수요 물량인 대과 비중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이재현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낙과가 많이 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자연스레 열매솎기가 돼 대과종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추석에 주로 애용되는 대과 물량 위주로 출하가 된다는 것으로 벌써부터 추석 과일 물량이 부족하다거나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추석을 50일 전후해 유통업계가 추석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가는 가운데 최근의 추석 과일값이 높다는 식의 전망은 과일 선물 판매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와 기관의 선물 구매가 사전 예약 판매기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올 추석 시점도 과일 수급엔 적당한 시기에 잡혔다. 과일업계에선 2014년 38년 만에 이른 추석(9월 8일)에도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고, 올 추석은 9월 24일로 적당한 시기에 위치해 있어 과일 공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추석 과일값 급등 소식은 최근 배 가격이 평년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상황에, 여름철 저장 사과·배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과일업계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수확기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는 한 올 추석엔 생육기 풍부한 일조량으로 어느 해보다 과일 당도와 맛이 좋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청탁금지법 선물 가용 금액도 상향 조정돼 추석에 과일 소비가 많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체의 선물 수요가 늘길 바라고 있었는데 최근 금값이라는 식의 추석 과일 시세 전망은 과일 소비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가는 시기에 추석 과일값이 높을 것이란 보도는 폭염 속에 추석만을 바라보며 농사를 짓고 있는 과일산지를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4년 전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라며 과일값이 높을 것이란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런 영향 때문에 정작 추석 대목에 소비와 시세 모두 좋지 못했다”며 “과수업계만 피해보는 이런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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