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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조합장 선거, 농민이 조합의 주인이 되는 길이상길 논설위원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정부와 의회가 출범하고 나자 농촌 현장에는 또 다른 선거의 계절풍이 불어오고 있다. 2015년 3월11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이어 4년 만인 내년 3월13일로 제2회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7개 월 남짓 남은 지금 농촌현장은 큰 소리가 나지는 않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8월, 늦어도 11월이면 출마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농촌에 있어 조합장 선거는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와는 또 다른 큰 의미가 있고, 관심 또한 높다. 농촌 지역사회에 있어 농협이 갖는 위치가 그 만큼 지대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법에 따라 조합을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이 된다. 한 마디로 막강한 자리다.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을 지낸 김순재 전 조합장은 “농협의 가장 중요한 위치는 조합장”이라며 “조합장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느냐가 조합을 개혁해 나가는 것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한다.
농협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협동조합이다. 농협법에 따르면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의 농협은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농민 위주의 민주적 운영이 아니라, 농민 위에 조합이, 조합 위에 중앙회가 군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에 팔아주는 역할보다는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협동조합이 아니라 주식회사처럼 운영하면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현 단계에서 농협을 그 주인인 농민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농정의 대개혁만큼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농협의 대표인 조합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의 조합장 직선제는 농민들의 투쟁으로 어렵게 얻어낸 제도이다. 1962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농협 임원 임명에 관한 임시조치법’으로 대통령이 중앙회장을 임명하고, 조합장은 중앙회장이 임명해오다가 민주화 투쟁으로 88년 농협법이 개정돼 조합장은 조합원이, 중앙회장은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런 직선제는 농민으로부터 권리를 가져가려는 세력으로부터 파상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MB 정부때인 2009년 선거과열 방지와 전문경영을 위해 직선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법을 고쳐 중앙회장을 조합장 중에서 뽑힌 소수의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꾼 것이 그 사례다. 농민들이 자기 조합의 조합장만큼은 스스로의 손으로 선출하는 3.13 전국조합장동시선거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을 조합장으로 뽑아야할 것인가? 조합장이란 조합을 대표하고 운영하며, 그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농협의 핵심이다. 조합장만 잘 뽑아도 그 농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순재 전 조합장은 “농협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는 농민을 누가 챙겨줄 리 없다”면서 “농업에 대한 관심도, 농협을 나아지게 하는 것도 농민과 농민단체의 몫인 만큼 조합장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경제학박사)은 “지방분권이 진전되는 지방정부와 함께 자치농정을 이끌어갈 주요 주체가 농업생산자조직인 농협”이라며 “농협이 그 역할을 하려면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을 개혁할 인물이 조합장에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도록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1회 선거에는 기존에 허용되던 합동연설회가 제외되고, 농민단체, 언론사 등의 초청토론회 개최도 허용되지 않아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7월 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했지만, 선거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협동조합의 임원 선출은 그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권리이고, 농협의 선거는 농민의 협동조합에 적합한 후보자들이 비전과 정책으로 선택받는 장이 되어야 한다. 정부나 농협중앙회가 이를 자꾸 제한하려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 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자유로운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서둘러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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